이 명탁군의 2월 이야기
이 명탁군의 2월 이야기
2010년1월1일이 어제였던것 같은데 벌써 두달이 넘어가는군요. 세월의 흐름은 나이와 비례한다고 하던데 명탁이네 집 세월은 세월을 너무 앞지르는 듯 정말 너무나도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지금입니다...
* 빛나는 졸업장을 ∙∙!!! *
명탁군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드디어 초등학교에 갑니다. 장애아이부모건 비장애아이부모건 떨리는 마음은 똑같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엄마둥지에서 여린 날개를 꼭 저미고 있을 것만 같았던 여리고 여린 아이가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란 자꾸 겪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마음 중에 하나이네요.
등록을 하기위해 초등학교의 교무실을 찾은 그 순간까지도 내가 아이를 너무 빨리 이세상에 내놓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년만 더 유치원이라도 보냈다가 들어오면 아이가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 있지 않을까라고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었던 것은 아이에 대한 엄마의 믿음이었습니다.
부딪혀보지도 않은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생각이 있었기에 저는 등록을 했고 모레면 아이는 초등학교의 교문을 들어섭니다. ^^
졸업식에 떨리는 마음을 안고 참석했습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을 우리 아들의 모습을 그리며 졸업식장에 꽃다발 사들고 갔습니다.
멀리서도 알 수 있는 우리 아들 ... 머리에 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 남들은 싫어도 쓰고 있는 사각모 과감히 떨쳐버리고 늠름하게 앉아있었습니다.
누나는 그런 동생이 뭐가 이쁜지 꽃다발 준다며 자리로 갔고 가족의 출연을 인지한 아들 그후론 가끔 일어나 우리 쪽을 보기도 하고 오려고 자리를 이탈하기도 하였습니다.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듯 아이는 참 많이 티가 났습니다. 한 3일 아파서 어린이집에 나가지 않았는데 예행연습이라도 좀 해 놨으면 좀 괜찮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순간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큰탈없이 졸업식은 끝났고 아이는 마지막으로 졸업사진을 찍는데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이 이 어린이집을 떠나 큰 세상으로 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의 미소는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환했습니다.
순간 엄마가 아들을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엄마 난 괜찮아, 난 지금은 이래도 나중에 엄마한테 행복을 안겨줄께’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졸업을 하고 입학을 하고 우리 아이가 맞이할 수많은 인연의 끈들의 매듭지어짐속에서 아이는 어느만큼 성장해 줄런지 오늘도 엄마는 두손을 모으고 기도합니다.
* ~꺼예요 장군님*
명탁이가 요즘 많이 쓰는 말 중에 “~ 꺼예요”가 있습니다. “00에 갈 꺼예요.”“00먹을 꺼예요”“00할꺼예요.”등 미래형이나 자신의 의지표현형으로 많이 쓰이는 이 ‘꺼예요’를 사정없이 남발합니다.
엄마한테 ~하고 싶어요 얘기해야 할 때도 “~돈까스 먹을 꺼예요”등으로 말을 한다던지,
아까 이렇게 얘기했쟎아요라고 얘기하고 싶을 때도 “관덕정 갈꺼예요(아까 관덕정에 간다고 얘기하던데 엄마 빨리 가요)”라고 한다던지, 요구를 하고 싶을때도 “17쪽까지 끝날꺼예요(17쪽까지해서 끝내주세요)”라고 한다던지 말은 많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자기 나름의 룰대로 말을 사용하는 바람에 의사소통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얘기할 때 엄마는 바로 알아듣고 한번 더 바르게 얘기해줍니다.
“돈까스 먹고 싶어요”“관덕정 간다고 했지요?”“17쪽까지 해서 끝내주세요”하고,
그러다보면 말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듯한 기미가 보입니다.
20개월까지 미국에 있었고 또 한국에 와서도 미국에서 가져온 장난감을 한참 끼고다녀서 영어가 익숙한건지, 어눌한 영어구사도 요즘은 한창 끝내줍니다. 발음만 더 괜찮았으면 천재라는 소리도 들을까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웃습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한이 없어서 말이 너무 안 나올때는 엄마라고 불러만 줘도 행복할 것 같았는데 요즘은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달리는 욕심이라는 것과 타협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말로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명탁이 덕분에 내가 지금 무수히 내 뱉는 말의 깊은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 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 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지친 삶의 위로가 된 이 詩를 공유해 볼까 하고 넣어 봅니다. 201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