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이불에 오줌싸다-
다니엘이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수학문제를 풀면 대개 100점을 맞지만 받아쓰기를 하면 몇 문제씩 틀린다. 그래서 받아쓰기는 좀처럼 하지 않으려 한다. 바둑두기(오목)를 하면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사람과만 둘려고 하고 자기를 이기는 사람과는 잘 두려고 하지 않는다. 또 바둑을 두면서도 '내가 이겨야 돼' 하면서 은근히 져 주기를 요구한다. 다니엘은 대개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 자라면서 보통의 아이들은 깨지고 터지면서 자란다. 그러나 다니엘은 항상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넌다. 처음에는 아이가 소극적이고 조심성이 많아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자라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이것이 성격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수를 허용할 수 없는 완벽추구의 성향을 가진 아이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빠인 나의 성향을 물려받은 듯 하다. 어쨋든 다니엘의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은 자면서도 자기를 조절해서 이불에 오줌을 싸는 일이 없는데서 나타난다. 그런데 어젯밤에 이불에 오줌을 쌌다. 내가 알기로 이번이 두 번째다. 두 번 모두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셨다. 그런데 녀석의 반응이 귀엽다. "엄마, 오줌쌌다. 미안해." 아내와 나는 즐겁다. 자라나는 아이가 이불에 오줌싸는 것은 당연한 발달과정이다. 8살의 나이에 자기가 오줌쌌다는 사실이 부끄러운가 보다. 아침에 내가 다니엘이 오줌쌌니? 하고 심술궂게 물으니 안쌌다고 거짓말한다. 요즘은 거짓말도 곧잘 한다. 그러면 아빠는 심술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아이를 코너로 몰아넣는다. "다니엘아, 조금 쌌니? 많이 쌌니?" 녀석은 금새 말려든다. "조금 쌌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진실치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아이에게 진실을 가르쳐야 한다. 자폐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데 우리 아이가 그런 점에서는 자폐의 그늘을 벗어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