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3일 -예절교육
다니엘이 말을 시작하게 되면서 부딪히는 문제중의 하나가 존댓말 사용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에게는 반말을 쓰다가 다른 어른에게는 경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온말이든 반말이든 말을 한다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고 또 고마웠기 때문에 경어사용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말로써 자기의사 표현을 하게 되면서 아무에게나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 입술에 익숙한 언어가 된 것이다. 유치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유치원이 마칠 즈음에 중년의 할아버지와 내가 나란히 아이를 데리러 오게 되었다. 그런데 녀석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중년의 할아버지를 보더니 "요것은 누구를 데리러 왔지?" 나는 화들짝 놀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 버렸다. 할아버지의 얼굴에 붉은 단풍잎이 들었다. 나는 녀석에게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라고 시켰지만 녀석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께서 속으로 젊은 놈이 자식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구만 하고 욕을 하셨을 게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예절교육에 문제의식을 갖고 교육하고 있는 중이다. 존댓말을 가르치기 시작하게 되면서는 자기 또래나 그 아래의 아이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엄마,아빠에게도 경어를 사용하도록 교육해야겠다. 또 동생 다혜에게 '네'하고 대답할 때 마다 그때 그때 바로 잡아 주어야겠다.
요즘의 아이들은 다 왕자,공주처럼 자라나기 때문에 일반아이들도 버릇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장애아이들이 행동이 못 따라오고 통제가 잘 되지 않아도 언어사용에서 예의가 있으면 어른이든 아이든 인내하고 기다려 줄 수 있다. 우리 연구소에 오는 아이중에 말은 유창하지 않지만 말끝에 꼭 존칭을 붙이는 아이가 있다. 아동을 치료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이런 아이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또 다른 아동은 말을 아주 잘한다. 그런데 존칭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다. 초등학교에 들어 가서도 선생님의 이름을 부를 때 이름 세자만 부르고 뒤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자주 생략한다. 한번은 이 아동이 걸어가시는 선생님의 뒤통수를 향해 '누구야'하고 선생님의 이름만 달랑 불렀다. 그 선생님은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넘어지셨다고 한다. 그 후로 이 아동은 선생님께 매를 맺는 횟수가 많아졌다. 장애아이들은 무엇이든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 한다. 우리아이들은 무엇이든 새기는 대로 각인이 되기 때문에 다시 바로 잡는 다는 것이 그만큼 힘이 드는 것이다. 다니엘과 나는 이제 눈앞에 놓인 또 하나의 등산을 시작해야 한다. 예절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