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다니엘 아빠의 육아 일기

4월5일 -체육회에 참가하다-

명탁이 어멍 2010. 4. 28. 04:18

오늘은 교회에서 체육대회를 갖는 날이다. 우리 교회는 대학생선교회(캠퍼스 미션)다. 학생회,학사회가 따로 모여서 체육대회를 가졌다. 2세들이 많이 자라나서 2세 달리기 순서도 있었다. 다니엘에게 달리기 1등해서 상을 타오라고 했다. 녀석은 달리기 안한단다. 4월5일은 식목일이니까 식목을 해야 한단다. 녀석의 고집에 대처하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어제 시장에서 고추,가지와 토마토모종을 사왔다. 식목일이니까 식목을 하고 달리기 하러 가자고 약속했다. 더 이상 회피할 명분이 없어진 녀석은 집앞 화단에 나와 함께 고추,가지,토마토를 식목(?)하고 물을 주었다. 2세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딸은 아빠와 손을 잡고 달리고 아들은 엄마와 손을 잡고 달리는 게임이었다. 딸은 아빠의 손을 잡고 쏜살같이 달려서 여유를 부리며 1등을 했다. 이제 다니엘 차례다. 우리는 저 멀리서 상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게임이 중단되고 있었다. 녀석의 고집이 시작된 것이다. 9조에 편성이 되었는데 조의 번호가 마음이 안든다는 것이다. 1조로 바꾸어 달란다. 몇 주전에 학교에서 8번이 마음에 안든다고 9번으로 바꾼 경험이 있어 상황이 마음에 안들면 숫자를 트집잡아 고집을 부린다. 그래서 1조로 정정해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오늘은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바람이 잠잠하니까 이제는 먼지가 없어야 한단다. 교회식구들은 이미 다니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려준다. 그런데 뒷 조에도 아이들이 달리기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냥 지체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실격처리했다. 체육대회에서 달리기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사전교육을 했건만 결국은 녀석의 고집에 질 수밖에 없었다. 또 속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축구공을 가지고 가서 혼자서 뻥뻥찼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돌아오니 훌라후프 돌리기 시합이 준비되어 있었다. 자원해서 나갔다. 교회식구들은 지원자 중에 제일 연로(?)한 나에게 격려의 고함을 질러 주었다. 응원이었는지 야유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 앞조에서 2세들 중에 가장 잘 돌리는 아이의 폼을 모방해서 열심히 돌렸다. 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이 대개 20대이고 자매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참가해서 눈요기감의 show차원이었다. 그러나 호각소리와 동시에 나의 훌라후프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예상을 뒤엎고 1등을 해 버렸다. 선배,후배들이 언제 훌라후프를 연습했냐고 물었다. 연습은 무슨 연습! 그동안 다니엘을 데리고 등산하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자연히 건강관리가 되었고 DDR을 추면서 몸이 유연해 졌을 뿐이다. 다니엘은 30대 후반인 나에게 20대의 열정과 정력속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특혜를 베풀어 준 것이다. 이제 마지막 경기인 1000m계주 차례가 되었다. 아내에게 출전을 강요했다. 사모들이 1번 주자로 나가야 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나는 다니엘, 다혜를 데리고 아내를 응원하러 갔다. 응원도 응원이지만 다니엘에게 달리기가 재미있는 것이고 신나는 게임인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가 달리기 선수로 뛰니까 녀석도 신기한 듯이 쳐다 보았다. 그리고 엄마 파이팅도 외쳤다. 아내는 응원의 힘을 얻어 1등으로 바통을 터치 해 주었다. 후발 주자들이 그 1등을 끝까지 잘 지켜 계주에서 1등을 했다. 계주 이전에 우리 조가 꼴찌였는데 점수 배점이 가장 높은 계주에서의 점수 덕분에 종합 2위를 했다. 아내는 그 공로로 여자 최우수 선수에 뽑혔다. 상품으로 사물정리함을 받았다. 녀석에게 엄마가 달리기 1등을 해서 상을 탔다고 자랑했다. 사물 정리함은 다니엘 용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앞으로 사물 정리함이 어디서 나왔느냐고 묻고 달리기를 잘 하면 상품을 탈 수 있다고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의 가을 운동회까지 꾸준히 달리기 시합을 연습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