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은 아동의 발달수준에 비하여 언어 및 비언어적 표현능력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며,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그리고 제한된 범위의 관심영역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특이한 행동 등이 함께 나타나는 발달장애의 하나이며 이러한 자폐증상은 만3세 이전에 발생한다.
엄격한 의미의 자폐증은 미국에서 약 10,000명당 4-5명 꼴로 발생한다고 하고, 가벼운 증상의 아동들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의 경우는 10,000명당 20-30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는 91명까지도 문제점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발생하리라 생각한다.
현재 자폐증은 뇌의 기능적인 면에서 생물학적 결함(neurobiological defect)을 가지는 전반적인 발달장애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로 이해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자폐증에 관한 연구논문들을 살펴보면, 원인론적으로 유전관련 연구가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자폐증을 신경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같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이라 할지라도 자폐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그런 다양한 자폐증상의 병리기전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인지기능을 토대로 하는 신경심리학적 관점은 좋은 길잡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몇 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인자가 자폐증의 발생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 소견이 구체적인 자폐증상이 왜 특정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을 도울 수 없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오늘 논의될 신경심리학적인 관점과 함께 Stanley Greenspan이 말하는 감각조절이상의 관점에서 자폐증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통하여 자폐증상이 특이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기전을 상당부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자폐증상을 신경심리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최신의 연구결과들을 통하여 왜 자폐증상은 특이한 양상으로 발생하는 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에 자폐아의 여러 문제들 중 사회적 의사소통(social communication)의 장애를 가장 의미있는 자폐적인 특성으로 파악하고 있다(Tanguay, 2000). 사회적 의사소통의 중요한 요소들은 affective reciprocity(정서적 상호교류), joint attention(함께 주의하기), theory of mind(마음의 이론) 등 세 가지이다. 추가적으로 아동이 하는 가장놀이(pretend play)는 아동의 정서발달 뿐만 아니라 마음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다.
정서적 상호교류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조절하기 위하여 비언어적 행위(눈맞춤, 얼굴표정, 몸짓)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성향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함께 주의하기 능력은 생후 18개월에 정상적으로 획득하는 능력으로, 이 시기에 자폐아는 이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중 마음의 이론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가장 잘 대변하는 기능이다(Klin 등, 2002).
1. ‘마음의 이론’ 기능의 장애
정상적인 발달과정에서 만 4세 이후에 획득되는 인지기능인 ‘마음의 이론’은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 지에 대하여 아동이 이해하는 능력으로서 자폐아는 이 능력이 손상 받는다. 결과적으로, 자폐아는 자신을 둘러싼 주위환경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과 관련된 인물들(부모,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것이 어떤 지를 추정하지 못한다. 자폐아가 사회적 맥락에서 적절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 등과 같은 신경심리적인 기능들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 Sally-Anne 실험 : 만 네 살인 Anne 과 Sally가 함께 노는 데, Sally가 구슬을 자신의 바구니에 넣고 그녀의 옷으로 그 위를 덮었다. Sally가 잠깐 바깥에 나간 사이, 장난꾸러기 Anne이 구슬을 자신의 상자 안에 숨겼다. Sally가 돌아 와서, 구슬을 가지고 놀려고 한다는 일련의 과정을 아동으로 하여금 보게 한 후, 'Sally는 어디에 그 구슬이 있다고 생각할 것인가?'의 질문을 아이에게 물어본다. 이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기 위하여 Anne이 구슬을 상자 안으로 옮기는 것을 Sally가 보지 못하여 원래 놓았던 장소에 구슬이 있다고 사실과는 다르게 Sally가 생각하리라는 사실을 아동이 이해해야 한다.
Baron-Cohen 등은 실험의 결과, 만 4세의 아동의 약 85%정도가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고, 다운 증후군의 경우는 14명 중 12명이 정답을 말했으나, 자폐아는 다운 증후군 아동에 비하여 오히려 정신연령이 높았지만, 20명 중 4명만이 정확하게 대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자폐아는 Sally의 입장에서 상황을 관찰하지 못하고 Sally가 갖게 되는 틀린 믿음(false belief)을 이해하지 못한다. 즉, 상황이 전개되는 전체적 맥락에 대한 이해력을 갖기 위해서는 Sally의 입장에서 Sally의 마음, 감정, 사고, 의도 등을 이해하는 능력인 ‘마음의 이론’ 기능이 작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Happe(1995)는 동일한 실험에서 만 4세의 정상 아동이 단지 50%만이 통과할 수 있었고, 자폐아의 경우는 만 8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검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Baron-Cohen(1995)은 마음의 표상적 특성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마음의 이론’ 기제(theory of mind mechanism; 이하 ToMM)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마음의 이론 기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홀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구성부분과 함께 시스템을 구성한다고 생각했다. 주의공유기제(Shared Attention Mechanism; 이하 SAM)는 일반적으로 생후 18개월에 정상적으로 획득하는 능력으로, 자폐아는 이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SAM은 자신과 타인이 동일한 대상에 대해 공통적으로 주의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자폐아는 상대방의 시선방향을 확인하고, 자신의 시선을 그곳에 맞추는 시선 검토(gaze monitoring)를 하지 않으며, 또한 자신이 보고 있는 대상을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기 위하여 손가락으로 그 대상을 가리키면서 상대방의 눈을 살피는 서술적 지적(proto-declarative pointing)을 하지 못한다. 이 정보가 ToMM에 전달되어 한 대상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상태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즉, ToMM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SAM의 정보, 즉 동일한 대상을 두 사람이 함께 주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자폐증의 경우 SAM이 기능하지 못하므로 ToMM도 기능하지 못한다. 자폐아의 경우 ToMM이 손상되어 있다는 것은, 자폐아가 가장놀이(pretend play)를 잘 하지 않고, 틀린 믿음(false belief) 등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2. 마음의 이론과 신경해부학적 관련성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동이 틀린 믿음과제 등을 수행하면서 PET를 시행한 결과, 정상보다 왼쪽 내측 전두엽(left medial frontal cortex: area 8) 부위가 유의하게 활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하였다(Fletcher 등, 1995). Baron-Cohen은 마음에 대한 이해를 행동적, 인지적 수준에서 설명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신경체계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Baron-Cohen에 의하면, 마음 읽기 시스템은 뇌에서 상측 두정열(superior temporal sulcus),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 이하 OFC로 표기), 편도체(amygdala)의 세 부분간의 회로에 의해 작용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폐아들은 인지기능적으로 볼 때 SAM과 ToMM에 결함이 있으므로 신경심리학적으로는 OFC에 손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폐아동의 뇌 손상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일관되지 않은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환자에 따라 손상부위가 전두엽, 편도체, 또는 측두엽으로 서로 달랐으며, 어떤 경우는 전혀 다른 부위에 손상이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자폐증에서 신경심리 내지는 신경과학적인 증거는 아직은 더욱 연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에 자폐증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손상과 관련하여 dorsolateral-prefrontal cortex가 관련이 있으리라는 보고가 있다(Pennington & Oznoff, 1996).
3. ‘마음의 이론’ 모델이 자폐증의 치료에 시사하는 점
전통적인 치료법이 특정 행동을 수정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해서 자폐의 근본적인 결함을 치료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즉 행동 자체를 치료했다고 해서 행동의 기저가 되는 인지를 치료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은 인지기능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근본적인 치료가 되기 위해서는 인지기능을 개선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자폐협회(American Society of Autism)에서는 Carol Gray의 ‘social stories'라는 사회적 이야기 요법을 이용하여 ’마음의 이론‘ 기능의 증진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있다. Baron-Cohen의 모델로 본다면, 자폐증은 마음 읽기 시스템의 SAM과 ToMM의 결함으로 인해 마음맹(mindblindness)상태가 된 것이다. 따라서 Baron-Cohen은 자폐아에 대한 훈련은 SAM과 ToMM의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훈련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Howlin과 함께(Baron-Cohen & Howlin, 1993) ToMM의 증진 훈련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마음의 특성에 대한 이해는 몇 가지의 원리로 축약될 수 있으며 이러한 원리들을 차례대로 학습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원리들의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어떤 사건을 지각해야 그 사건에 대한 지식을 가지게 된다. ② 욕구를 가지고 있으면 그 욕구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③ 가장하는 것은 물건을 평상시의 용도와는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④ 속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사실과는 다른 정보를 주는 것이고 속임수를 당한 사람은 사 실과는 다른 틀린 믿음을 가지게 된다. 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거짓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이러한 원리들을 가르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특정 원리가 적용되는 이야기상황을 만들고, 자폐아에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의 행동이나 생각, 느낌 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본 원리를 가르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아동들이 자주 먹는 과자 상자를 보여 주면서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답하도록 한다. 아동들은 그 내용물을 정확히 답할 것이다. 이때 어떻게 내용물을 알았는지 물어서, 자신이 전에 그 과자를 그 상자에서 꺼내 먹었었기 때문에 내용물을 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2. 처음 보는 상자를 보여 주면서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답하도록 한다. 모른다고 답하면 왜 자신이 그 내용물을 모르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여, 그 상자를 처음 접하며, 상자를 열어 본 적이 없으므로 내용물을 모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
3. 자주 먹는 과자상자에 아동 몰래 지우개를 넣은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무엇이 들어있는지 답하도록 한다. 아동이 과자가 들어 있다고 틀린 답을 하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질문하여, 아동이 전에 그 과자 상자를 열어서 과자를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틀린 답을 했다는 것을 알도록 한다. 다음에는 그러면 왜 지우개가 들어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질문하여, 과자를 지우개로 바꾸는 것을 아동이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자폐아를 대상으로 직접 훈련한 후에는 다른 아동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다른 아동이 해야 할 답을 치료대상 아동이 대신 답하도록 하여 다른 아동의 마음을 깨닫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폐아에게 마음의 이론 기능에 대한 원리를 가르침으로써, 사회적 의사소통능력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Baron-Cohen의 주장은 큰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정신연령이 만 4세가 지난(생활연령이 만 7-8세 이상인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 정신연령이 더 낮은 저기능 자폐아에게는 사용해도 그 효과가 없을 것이다(김혜리, 1998).
그러나, 학습상황에서 자폐아에게 ‘마음의 이론’에 입각한 기술을 가르침으로써 검사에서는 향상된 결과를 보이지만, 실제적인 의사소통상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Oznoff & Miller, 1995).
4. 마음의 이론과 사회적 의사소통
영국의 저명한 소아정신과 의사인 Lorna Wing(1979)은 자폐증의 핵심증상을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 상상력(imagination)의 장애를 꼽았다. Frith등(1994)은 ‘마음의 이론’ 이상이라는 이론으로 소위 'Wing's triad'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Tager-Flusberg(1993)는 자폐아는 사회적 대화에 내재하는 규칙(implicit rule)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가정했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과는 다른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적절하게 이해하지를 못하므로, 타인의 행동이나 의사소통 내용을 예상할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언어의 사회적 이용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하였다. 아기가 생후 초기부터 친숙한 엄마의 얼굴을 낯선 사람의 것과 구별을 하며, 엄마의 소리에 보다 친근하게 반응을 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엄마는 엄마다운 목소리, 몸짓, 톤, 태도로 아기를 대하며, 아기는 엄마의 노력에 반응하면서 비언어적 의사소통능력을 발달시켜 나간다. 그러나, 자폐아는 이러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수단인 눈짓, 몸짓, 미소 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자폐아는 언어가 어느 정도 발달하더라도, 단순하게 대상의 이름을 대는 정도에 불과할 때가 많다.
잘 알려진 대로, 자폐아는 화용 기술(pragmatics)의 결여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대화상황에서 상호적인 면이 결여되고, 의도적인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며, 특정 사건에 대하여 언급하거나 마음의 상태에 대하여 이야기체로 말하지 못한다(Tager-Flusberg, 2000).
5. 얼굴 표정인식(face recognition)의 어려움
자폐아는 자신의 요구나 감정을 제스처나 얼굴의 표정으로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감정 표현 제스처를 이해하지 못하며, 상대방의 얼굴표정의 변화를 통하여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눈빛이나 눈짓의 양상을 통한 의사 표현의 의미나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폐증을 ‘마음의 이론’ 이상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할 때,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첫째는, 강도나 초점에 있어서 비정상적인, 한 가지 이상의 상동증적이고 제한적인 관심에 집착을 보이는 경우나, savant 또는 splinter skills와 같이 자폐아가 특정영역에서만 보이는 뛰어난 능력에 대하여 ‘마음의 이론’ 이상이라는 관점에서 설명이 충분치 않으므로, 실행기능의 이상(executive dysfunction)이나 weak central coherence의 관점에서의 보충설명이 필요하다. 둘째는, 고기능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과 같이 기능수준이 높거나 성인의 경우는 ‘마음의 이론’ 이상을 평가하기 위한 first-order test(정신연령 만4세 이상)나 second-order test(정신연령 만6세 이상)는 통과할 수 있다. 즉, 정상적인 지능을 보이면서 비교적 언어능력이 높은 성인 자폐증 환자는 second-order false belief test를 통과할 수 있으며, 또한, 얼굴표정의 변화를 구별할 수 있는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Baron-Cohen 등(1997)은 ‘Eye Tasks'라는 발전된 형태의 ’마음의 이론‘ 이상을 평가하는 검사를 통하여 정상 수준의 지능을 보이며, 언어 능력이 비교적 높은 성인 자폐증 환자나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의 경우도 검사에 실패한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1. 자폐증의 일반적인 인지기능의 특색
자폐아는 Wechsler Intelligence Scales for Children(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에서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높이 나오는 경향이 높다. 소검사 항목에서 이해(Comprehension), 차례맞추기(Picture Arrangement)의 항목이 낮은 점수를 보이며, 토막짜기(Block Design), 숫자(Digit span)의 항목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보인다는 연구보고가 있었다.
2. 실행기능과 자폐증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마음의 이론이 자폐증의 증상 중에 일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이론이 필요하며, 자폐아가 제한 범위의 영역에 반복적으로 집착하는 상동증적인 행위(repetitive behaviors and interests, perseveration) 등은 실행기능의 손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Hughes 등, 1994). 실행기능이란, 일을 계획하고 그것을 조직하며(planning and organization), 상황을 관찰하여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정보를 현 상황에 다시 이용하고(monitoring performance and using feedback), 충동조절(impulse control)에 관여하며, 주의관심을 다른 곳으로 바꾸는 능력(shifting attention), 언어적 활동기억(verbal working memory), 그리고 언어의 유창한 구사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폐아는 이러한 기능들이 손상되어 있으며, 특히 전두엽(frontal lobe)에 손상을 입은 환자(frontal lobe syndrome)에게서 상동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전두엽의 기능을 파악하기 위하여 Wisconsin card sorting test를 실행하면 자폐아가 검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고기능 자폐아의 경우는, 인지적 과제에서 처리가 진행 중인 단기간의 정보저장 능력으로서 현재 작업 중인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활성화시켜 결론을 산출하는 기능인 활동기억(working memory)이 실행기능에 속하는 다른 기능들에 비하여 유의하게 떨어져 있다는 보고가 있다.
3. 기억능력(memory)과 자폐증
자폐아는 정보를 기억 저장을 위하여 효율적으로 입력하는 능력(encoding)이 떨어지며, 또한 나중에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어 검색(retrieval)하는 기능을 잘 이용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실행기능의 이상과 관련하여, 목적 지향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거나, 과제수행을 하는 동안에 정보를 선택하여 활용을 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정보를 저장했다가 결론을 산출하는 기능인 활동기억(working memory), 특히, 언어적 정보를 저장하였다가 적절하게 사용하는 verbal working memory의 이상이 뚜렷하다. 또한, 마치 사진을 찍듯이 시각적 정보를 단순하게 기억하는 기계적 기억능력(rote memory) 역시 자폐아동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4. 주의집중력(attention)과 자폐증
자폐아동은 대상자극에 집중을 해서 주변의 불필요한 자극들을 적절하게 걸러내는 기능이 손상되어, 결과적으로 선택적 주의집중력(selective attention)의 저하를 야기하며, 사람이 아닌 공간을 주시하여 집중하는 능력(attention to extra-personal space)이 떨어지고 있다. 또한, 주의관심을 A에서 B로 바꾸는 능력(shifting attention)역시 떨어져서 빠르게 수행의 변화를 요구하는 과제에서 현저한 이상을 보이고 있다. 앞의 두 종류(selective attention, attention to extra-personal space)는 두정엽(parietal lobe)과 관련이 있으며, 후자(shift attention)는 실행기능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 있다.
5. 발달성 언어장애와 실행기능의 이상
최근 실행기능과 언어성 지능(Verbal IQ)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자폐아나 발달성 언어장애의 경우는 언어적 정보가 적절하게 입력이 되지 않아 실행기능 과제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발달성 언어장애 아동에 있어서, 실행기능의 이상과 적응능력(adaptive skills)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iss, et al., 2001).
6. 실행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Aricept'의 사용
* 연구목적: 자폐증의 여러 원인들 중 하나로 신경심리학적인 기능인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이상을 연구해 왔다. 이는 전두엽의 기능에 이상이 있어서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알쯔하이머 치매의 치료제로 각광을 받고 있는 Aricept(성분명: donepezil)가 전두엽의 기능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치료제인 Aricept는 뇌에서 Acetylcholinesterase의 작용을 방해하며, nicotine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치매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nicotine 수용체는 기억과 학습의 과정에 관여한다.
소아정신과 영역에서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뚜렛 장애, 품행장애(Conduct disorder), 그리고 자폐증 등이 실행기능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뇌의 nicotine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을 이용하여, 미국 하버드의대 소아정신과 연구진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들에게 Aricept를 투여하였다. Aricept가 nicotine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전두엽의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을 항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파악하였던 것이다. 또한, Aricept를 ADHD와 뚜렛 장애(Tourette's syndrome)가 있는 아동들에게 투여하여 효과를 본 증례보고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자폐아동에게 Aricept를 투여할 때, nicotine 수용체의 활성화를 통하여 전두엽에서 실행기능 및 언어능력의 발달을 호전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연구 대상: 자폐증 내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된 만 5세- 12세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 연구 방법:
1. 약물 투여 전 환자의 상태 및 언어 발달을 평가하기 위하여 아동기 자폐증 평정척도(CARS: Childhood Autism Rating Scales)와 취학 전 아동의 수용?표현 언어검사(PLS: Preschool language Scale)를 사용한다.
2. 총 12주간 하루 1회(자기 전) Aricept 2.5mg(반 알) - 5mg(한 알)을 투여한다.
3. 매 4주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을 간략하게 중간평가한다.
4. 12주간의 Aricept 투여 후 환자의 상태 및 언어 발달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아동기 자폐증 평정척도(CARS: Childhood Autism Rating Scales)와 취학 전 아동의 수용?표현 언어검사(PLS: Preschool language Scale)를 사용한다.
* 현재 저의 병원에서는 Aricept의 사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의 홈페이지(www.autism.co.kr)에서 “Aricept와 자폐아동의 언어발달을 대한 연구”에 대한 글을 참조하시기를 바랍니다.
정상적으로 아동은 얘기를 들을 때, 전체적인 맥락에서 의미를 파악하고 그 줄거리를 하나로 연결하여 이해하고 기억하는데, 이를 central coherence라 한다. 자폐아는 central coherence의 능력이 손상되어서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나누어서 이해하는 것에 훨씬 익숙하다(Frith 등, 1996). 심리검사를 할 때, WISC에서 Block Design 항목이 특징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자폐아가 보이는 savant 또는 splinter skills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폐아들이 숨은 그림 찾기를 잘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Hierarchization은 시지각 기능(visual-perceptual function)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하나로서 central coherence와 유사한 면이 많은 인지기능이다. 자폐아는 시각적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전체적인 면을 균등한 비율로 보지 못하고, 각 부분의 모양을 전체적인 상과 비교하여 불균등하게 그리거나 재구성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자폐아는 시지각적으로 3-D, 2-D의 구성을 지각하는 능력이나, 비슷한 모양별로 묶는 능력(feature grouping)등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자폐아는 대뇌 피질에서 작용하는 higher-order visual processing의 이상이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Tager-Flusberg(2000)에 의하면, 자폐아는 단어를 발음하는 능력이나 언어구조(문법)를 배우는 능력에서는 큰 장해가 없지만, 어휘력 발달과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것과 같은 언어의 의미적 측면(semantic aspect)과 언어를 사회 상황에서 적절히 사용하는 언어의 사회적 혹은 화용적 측면(social or pragmatic aspect)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1. 언어의 의미적 측면(semantic aspects of language)에서의 어려움
자폐아가 실제 대화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휘를 충분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수백 단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 대화에서는 아주 적은 단어만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의 이해에 있어서도 너무 많은 단어가 제시되면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또한, 자폐아는 인칭 대명사를 바꾸어 사용하기를 보이는데, 자신을 지칭하면서 "너"라고 하거나, 남을 "나"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이 되어서도 이러한 인칭대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의 이름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외에도 의미가 반대되는 말을 혼동하거나, 한 말에 두 가지 뜻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한 단어 안의 낱말의 순서를 바꾸어서 말하기도 한다.
구체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언어가 특징적인데, 대화에 있어 그 뜻이나 의미를 효과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보다 기능이 좋은 자폐아의 경우, 풍부한 어휘력으로 인해 타인들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대화 도중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 말을 안 듣거나 고집이 센 것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높다.
자폐아는 추상적 개념 형성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 특징중 하나이다. 크기, 시간, 색깔, 감정과 같은 추상적 개념을 나타내는 낱말을 이해하거나 표현하기 어렵다. 그리고 위와 아래, 안과 밖, 전과 후 같은 말의 개념을 이해하고 사용하는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자폐아가 보이는 범주를 구분하여 이해하는 능력(category knowledge)은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언어의 사회적, 화용적 측면(social or pragmatic aspects of language)에서의 문제점
자폐아는 상대방과 대화(talk with)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말한다(talk at)라고 비유되기도 한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몸 동작, 억양, 얼굴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 대화과정에서 사용되는 농담이나 비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의 관점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대화, 혹은 지리멸렬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자폐아는 엉뚱한 것을 자세하게 말하는 경향이 강하고, 특정 주제를 반복하기도 하며, 상황에 맞지 않게 새로운 주제로 옮겨가기도 한다.
또한, 자폐아는 대화상황에서 흔히 상대방의 주제를 무시하기도 하여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며, 대화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하게 고쳐서 다시 이야기하지 못한다. 거의 같은 주제라고 하여도, 환경적 요인이 약간이라도 달라지면 대화하기 어려움을 나타낸다.
자폐아가 보이는 다양한 특성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마음의 이론’ 기능장애, 실행기능의 이상, weak central coherence, hierarchization의 문제 등의 신경심리학적 개념들을 제대로 고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aron-Cohen은 자폐아가 상대방의 마음의 특성을 이해하는 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고, 특히 SAM과 ToMM이 발달하지 못하여 마음의 이해 발달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언어의 발달(특히, 의사소통 기술의 측면)이나 사회성, 그리고 상상력 내지는 창의력 등에 장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이론화하였다.
추가적으로 실행기능의 이상이나 central coherence와 hierarchization 등의 관점을 이해함으로써, 기타 자폐증상의 기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인지기능의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정보전달과정(complex information processing)의 장애로 자폐증을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Minshew, 2000). 즉, 말단 감각기관을 통하여 들어온 정보들은 그 자체로는 의미없는 정보 덩어리일 뿐이다. 시각적인 정보로 들어온 빛(light)들은 색깔, 그림, 얼굴들, 그리고 다른 시각적 이미지들로 대뇌에서 해석된다. 또한, 음파로서 들어온 소리가 단어, 음악, 신호음 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같이 받아들인 정보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두뇌에서 전달?처리하는 과정이 감각/정보 전달 과정이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의 전달과정은 감각기관으로 들어 온 각종 데이타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감각 전달과정(sensory processing)이다. 아마도 갓 태어난 아기의 경우, 일차적인 감각적 정보전달이 이루어지는 세계에 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이어서 특정한 패턴을 보고 여러 데이타를 연결하여 종합하고 분석하는 인지적 전달과정(cognitive processing)이 일어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적 전달과정은 점차로 정교해져서 인지기능 영역의 여러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복합적 정보전달과정(complex information processing)을 형성하게 되는데, 자폐아는 이런 부분의 장해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조기에 자폐아를 위한 치료프로그램에서 집중적인 치료와 교육을 받는 것이 자폐아의 경과와 예후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폐아의 기능수준과 특성에 맞추어 개별화된 교육계획(Individualized Educational Plan)을 세울 때, 치료 초기부터 신경심리학적인 관점을 이용하여 인지기능 내지는 사회적 의사소통능력을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이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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