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페관련/자폐스펙트럼장애

어떻게 자폐증을 치료할 것인가?

명탁이 어멍 2010. 2. 2. 03:51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은 치료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마련이지만 현재까지는 자폐증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기적의 치료법은 개발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자폐아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에 의하여 조기에 자폐증으로 진단이 되면, 자폐아를 위한 조기특수교육 프로그램(early intervention program)에 가능한 한 빨리 들어가서 그 아동에게 적합하고 체계적인 특수교육을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얼마나 효과적으로 특수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나중에 자폐아가 보이는 기능의 수준이 천양지차라는 사실은 이미 정설로 굳어졌다.

자폐아가 보이는 예후는 약 만 5세 경에 자폐아가 나타내는 지능지수와 언어구사능력에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적어도 만 3세 이전에 자폐증이 진단되어 조기특수교육과정에서 자폐아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적절히 받아 아동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자폐증의 치료에서 소아정신과 의사의 역할은 자폐증의 진단과 약물치료등의 일반적으로 알려진 역할이외에도 주치의로서 자폐아의 상태의 변화와 이에 대한 평가나 간질이나 기타 의학적 질환과의 관련여부 등, 자폐증에 관련한 모든 분야에 대하여 자폐아의 부모들이나 특수교육교사 또는 언어 치료사와 같은 관련분야 종사자들에게 자문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수많은 자폐증의 치료방법에 대하여 논의가 되고 있지만, 자폐증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중에는 별로 권장할 수 없는 방법들도 상당수가 있어서 이에 대한 대략적인 구별을 시도하고자 한다.


I. 필수적인 치료의 요소들

특수교육:

이 특수교육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표적인 3가지 모델

1)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al analysis): 한국의 대표적인 자폐증 조기치료기관인 밀알교실에서 표방하는 소위 '육지법'도 applied behavior analysis을 변형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2) TEACCH: 미국 Chapel Hill소재 University of North Carolina의 정신과의 한 분야로서 출발한 TEACCH(Treatment and Education of Autistic and Related Communication Handicapped Children)라는 자폐증을 위한 특수교육프로그램이 Eric Schopler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자폐아들의 개별적인 요구에 맞추어 각자의 교육계획(individual educational plan)를 세워야 하며, 이는 특수교육기관과 부모와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바탕으로 부모, 특수교사, 심리학자, 언어치료사, 그리고 소아정신과의사들이 참석하는 multidisciplinary team meeting을 통하여 결정된다. 여기서 자폐증치료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이는 자신의 자폐아 자녀와의 관계를 통한 경험과 부모를 위한 제반 교육들을 통하여 부모 역시 중요한 치료주체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들 자신이 자폐증의 절반쯤 전문가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TEACCH는 시각적 도구를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자폐아들이 아주 구조화된 틀(highly structured setting)에서 잘 반응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공립학교의 자폐아를 위한 특수학급에서는 TEACCH를 기본으로 운영하는 편이나, 최근 행동수정요법, 특히, applied behavior analysis를 이용한 조기치료프로그램이나 특수학급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3) Dr. Stanley Greenspan의 모델: 이에 관하여 필자가 쓴 ' Stanley Greenspan의 자폐증 치료 모델'이라는 글을 참조하기 바람.

* 기본적으로 조기치료 프로그램이나 자폐아를 위한 특수학급은 종합적인 치료프로그램(comprehensive treatment program)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요소들을 살펴보면,

가. 특수교육학급 내지는 조기교실
나. 행동수정요법적인 요소(특수학급운영에 필수적)
다. 언어치료(거의 대부분의 자폐아가 언어치료를 필요로 함).
라. 작업치료(감각통합훈련을 포함)
마. interactive play therapy: 사회성발달을 통한 자기감(a sense of self)의 증진을 목표로 한다.
바. 음악치료나 미술치료: 필요에 따라 특수학급의 교육과정에 삽입가능.

실제적으로, 상기의 요소들이 특정 자폐아를 모두 필요치 않을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는 상기의 요소외에 추가적인 다른 서비스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제반 curriculum의 선택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team meeting을 통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이러한 제반 서비스들이 하나의 종합프로그램내에 함께 존재하는 것이 좋으며, 이것이 어려운 경우, 특수교육학급과 여타 치료자들(예를 들어, 언어치료사나 소아정신과의사 등)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언어 치료:

자폐증의 주요 문제점 중에 하나가 언어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폐아가 조기교실이나 특수학급에 속해 있다고 할지라도 많은 경우는 추가적인 언어치료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강조되어야 할 점은 이러한 언어치료적인 환경이 언어치료사의 부모에 대한 교육을 통하여 가정에서도 이루어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발달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가장 많이 시도되었던 행동치료적 또는 심리언어적 접근보다는 좀더 실제적이며 사회성의 상호교환에 기본을 둔 접근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피력되었다. 또한, 자연스러운 언어지도 방법을 사용하여 언어사용의 동기유발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폐아에게 어른이 바라는 활동을 시키려 할 때 회피행동이 증가하므로 가능한 한 자폐아가 좋아하는 활동을 사용하여 접근하는 것이 좋고, 부모가 훈련을 통하여 자폐아와 좀더 자연스럽고 자발적이며 즐거운 방법으로 언어지도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작업치료:

대·소근육 운동(gross motor)의 장애와 미세운동(fine motor)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작업치료 (대근육 운동의 경우는 체육치료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가 필수적이다.
자폐아가 감각전달기능의 이상으로 소리, 빛이나 시각적 자극 그리고 촉각 등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아니면 너무 무감각하게 반응하여, 일상적인 제반 자극들에 쉽게 압도되어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 감각통합훈련은 좋은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발달적 놀이치료(developmentally based interactive play therapy):

Stanley Greenspan의 model에서 강조하는 놀이치료방법으로서 놀이를 통하여 상호적인 대인관계와 같은 사회성발달을 통한 자기감(a sense of self)의 증진에 자폐증치료의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자폐아의 발달수준에 따라 일반적인 놀이치료와는 구별되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방식은 집에서 부모가 아이하고 상호적으로 놀이를 하는 floor time을 위한 치료이기도 하다.

미술치료나 음악치료:

이와 같은 예술치료의 경우, 독립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법이라기 보다는 특수교육과정의 일환으로서 시행된다면, 좋은 치료효과를 예상할 수도 있겠다.

정신약물치료:

자폐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없다. 그러나, 자폐아가 공격적인 행동과 같은 행동조절이 잘 안되거나, 스스로를 해치는 행위나 어떤 특정한 것에 집착하거나 반복적으로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우선적으로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겠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은 신약들이 많이 개발되어서 문제행동에 대하여 선택적으로 사용할 때, 극적인 행동의 호전을 보인다. 자폐아들은 나이가 어려서는 temper tantrum과 과다활동, 자극민감성이 두드러지고, 아동기 후기에는 공격성과 자해행동이 특징적이다.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이르러, 특히 높은 기능수준을 갖는 경우, 우울이나 강박증상이 문제가 된다.

조기교실이나 특수학급에서 한 자폐아가 심한 행동상의 문제점을 보일 때, 그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은 원만한 교육진행을 방해하게 된다. 부모나 일부 특수교사들이 정신약물에 대한 편견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자폐아로 하여금 약물사용을 가로막아 오히려 그 아이의 기능저하뿐만 아니라 같은 학급에 있는 여타 자폐아들의 교육마저도 망쳐 놓게 된다. 필자가 미국에서 자폐증환자들에 대한 정신약물치료 경험과 문헌고찰에 의하면, 거의 90%의 자폐아가 행동조절등의 이유로 정신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제발, 부모님들이 자폐아를 위하여 꼭 필요한 약물치료마저도 거부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한편, 소아정신과의사는 특수교육프로그램과 밀접한 연계를 갖고 상호정보교환을 통하여 자폐아의 기능향상에 기여하여야 한다.

I) Clomipramine : Prozac이전에 나온 serotonin계열의 약물로서 강박적이고 집착하는 행위, 자해행동 등이 불면증과 함께 존재할 때, Clomipramine이 도움이 된다.

II) SSRIs(Serotonin Selective Reuptake Inhibitors) : Fluoxetine(Prozac), Sertraline(Zoloft), Paroxetine(Paxil, 한국에서는 Seroxat), Fluvoxamine(Luvox, 한국에서는 Dumirox),Citalopram. 현재 자폐증의 약물치료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약물로서, 자폐아가 강박적이고 집착을 보이며 항상 하던 일이나 의식적인 행위가 중단될 때 나타나는 불안감이나 공격적인 행동에 효과가 있다. 자해행동이나 심한 감정기복에 따른 '짜증' '신경질' 등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소아나 청소년 우울증에도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III) Buspirone : 다른 문제행동의 동반이 없이 불안증상이 주된 문제점인 경우에 Buspirone을 사용할 수 있다.

IV) Naltrexone : opioid antagonist로서 자해행동이나 상동증적인 행위에 효과가 있다는 일부의 연구논문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임상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편은 아니다. 자폐아의 상동증이나 집착행위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Prozac, Dumirox 등이 효과가 없는 경우에, 이차적으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V) Neuroleptics : 전에는 Haloperidol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Risperidone 등 최신 약물을 사용한다.
자폐아가 흔히 보이는 안절부절하고 부산하며 충동적인 행동과 상동증적인 행동이 감소시키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손이나 몸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행동인 상동증에도 Halopeirdol이나 Risperidone 등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Haloperidol이 갖는 부작용으로 인하여 Risperidone을 사용하는 것이 대세이다. 역시 새로운 항 정신병 약물의 일종으로 Olanzapine(Zyprexa)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필자의 견해로는 Risperidone을 사용하다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이지 않을 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VI) Methylphenidate(Ritalin, 한국에서는 페니드) : 주의산만과 과잉행동이 여타 자폐아들에 비하여 훨씬 두드러지는 경우에 과잉행동 주의력결핍장애가 자폐증에 동반시 Ritalin을 사용한다. 정신지체가 동반되지 않는 비교적 기능수준이 높은 high functioning 의 경우에 조심스럽게 사용하기를 권고한다. 왜냐하면, Ritalin이 적절하게 사용되지 못하면, 오히려 공격적이 되고 상동증적인 행동이 늘어난다.

VII) Clonidine : 원래는 혈압강하제로 개발되었으나, 소아정신과 영역에서 충동적이고 공격성을 보이며 과다행동에 대하여 사용된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졸림증이 있고, 사용 용량이 높은 경우에 갑자기 약을 끊으면 반사적으로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서서히 감량해야 한다. 자폐아동의 수면조절에도 자주 사용된다.

VIII) Melatonin : 자폐증이나 Rett's sundrome에서 심한 수면장애를 보이는 경우, 잠자기 전에 3-5 mg를 투여하면 많은 경우 극적인 효과를 보기도 한다.

individual psychotherapy:

특히, high functioning autism의 경우 자폐아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폐아는 자신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이해를 못하고 낯설게 느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우울증상이나 불안증상들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들을 역동적 정신치료를 통하여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자폐증의 특징적인 증상 중에 하나인 강박증상 역시 고기능 자폐환자의 경우 정신치료로 해결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parent counseling: 자폐아의 부모들은 지속적으로 감정적인 위로를 받아야 한다. 그들은 자폐증이 그들의 잘못으로 인하여 자식에게 생겼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들 자신 역시 자폐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당사자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부모들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자녀들이 어떤 교육을 받는 것이 적절한가 등의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II. 논란이 많지만 필요에 따라 사용이 가능한 치료법

a. Auditory integration training(AIT): 비교적 높은 IQ, 상대적으로 발달된 언어능력, 그리고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이상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추어 졌을 경우에만, 청각통합훈련으로부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AIT에 대한 평가인 듯하다. 그러나 미국 소아과학회는 자폐증의 치료에 AIT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하고 있다.

III. 학술적으로 사용권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 치료법들

여러 사람이 제안을 하는 방법들이지만, 학술적으로 체계적인 검증이 안됐음. 결과적으로 소아정신과 의사와 같이 소위 '자폐증전문가들'은 권하지 않음.
Facilitated communication: 관련논문들이 자폐증전문 학술잡지에 여전히 게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술적으로 그리고 제반 학술단체들(미국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 미국심리학회, 미국 소아과학회, 미국 정신지체학회)로부터 전혀 공식적인 지지를 못 받고 있다.

Vitamin B6, DMG, Mg: 한 때 이들이 효과가 있다는 몇몇 증례 보고들이 나왔으나, 이후에 시행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못했다.

Secretin: 최근 Secretin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98년 10월 7일 미국의 TV 시사프로그램인 'Dateline NBC'에서 Secretin을 정맥주사한 자폐증환자들이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내용의 방송을 하였다. 미국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한 기관인 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에서 폭주하는 문의에 답하고자 게재한 내용에 의하면, 현재 수백명의 자폐아들이 Secretin주사를 맞았지만 실제적으로 단 하나의 Secretin관련 논문이 미국 University of Maryland의 소아과에서 발표되었다.
3명의 자폐증상을 보인 아동들이 췌장분비이상에 따른 소화기 증상을 함께 보일 때, Secretin주사를 맞고 자폐증상이 아주 호전되었다는 보고를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Secretin의 사용을 추천할 정도로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동안 Ferring에서 생산하던 Secretin 주사제가 RepliGen이라는 제약회사로 판권이 넘겨진 후, 자폐증의 치료를 위하여 여러 번(3-4회) Secretin을 주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FDA로부터 인증을 받기 위하여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실험은 위장관 장애(만성적인 설사나 변비, 또는 구토 증상 등)을 보여 온 자폐아동들(136 명)에 한하여 부모의 동의하에 임상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RepliGen이라는 제약회사 사장의 두 자녀가 자폐아라고 한다.

Secretin은 비교적 안전한 약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전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Secretin의 부작용으로는 과다활동(16%), 공격적인 행동의 증가(4%), 그리고 자기자극행위(5%)를 보이기도 한다. 간질이 있는 자폐아동은 Secretin 투여를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부작용도 투여 후 2주 이내에 90%이상이 사라졌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에서는 개별적으로 수 천명의 자폐증 환자가 Secretin 주사를 맞아 왔으며, 극적인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2002년에 발표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결과들을 보면, placebo에 비하여 별로 효과가 없다고 알려졌다. 필자의 견해로는, 설사와 같은 만성 소화기 장애를 동반한 자폐증 환자군에서 예외적으로 Secretin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