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탁군의 3월 이야기

지친 삶에 큰 위로를 주었던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인임에 다시한번 긍지를 느끼던 것도 잠시 휴전상태임을 실감하게하는 백령도에서의 초계함침몰사건은 정말 자식을 둔 엄마로써 실종자가족들의 아픔이 가슴으로 느껴져 침통함을 어찌할 수가 없는 오늘입니다.

두손 모아 실종된 모든이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애쓰시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울 명탁의 3월의 모습들을 엿볼까 합니다.

* 입 축 학∙∙∙*

“제주 근로복지공단 어린이집 빠이빠이, 삼양초등학교 헬로우”하며 등교하는 차량에서 엄마를 웃기는 명탁군, 엄마가 “빠이빠이가 아니라 졸업했어요”라고 “헬로우가 아니라 입학했어요”라고 가르쳐 주자 큰소리로 외칩니다.

“제주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은 졸업했어요. 삼양초등학교는 입축학했어요”  입축학?....

이건 뭔 말인가싶어 다시금 고쳐 주어도 이렇게만 얘기합니다. 그런데 몇일전 교실앞쪽에 쓰여 있는 축입학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아하 저거였구나”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입학이라고 쓸 때 축을 위에다가 쓰지만 그냥 횡으로만 읽으면 입축학이었던 겁니다. 우리 아이에게 저것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생각하며 3월 한달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입학식은 시간을 잘못 알아 늦게 가고 식이 시작되려고 해서 아이만 놔두고 학부모석에 올라왔는데 엄마를 찾아 올라온 아들내미 땜시 덩치큰 입학생이 되어 아이들옆에 서 있어야만 하던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던 날이었습니다. 그 후 매일 아들과 같이 등교하고 아들은 교실에 엄마는 도서관에 이렇게 한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입학등록을 하고자 교무실앞에서 서 있는 그 순간까지도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엄마마냥 유해생각을 계속 했던 엄만데 그래서 아들의 교실에서 앉아있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아들눈에 안띠게 숨어서 보다가 같은 반 아이에게 “몰래카메라다”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의 사진을 외우고 짝이 누구며 앞, 뒤는 누가 앉았는지, 다음날 하는 수업은 이해가 되건 안되건 한번 예습을 하고 선생님의 성함과 자신의 반과 번호를 외우게 하고 알림장을 같이 읽고 내일의 시간표를 말하곤 아이에게 가방을 싸게 했습니다.

선생님들과 반 친구, 그리고 명탁이의 노력 덕분인지 생각보다 적응을 잘 해주는 울 아들땜시 요즘은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남의 도움없이도 학교를 다닐수 있는 그 날을 욕심내봅니다.

 * 피그말리온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란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을 하거나 생각을 하면 그렇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주의해야할 것은 너무 허황된건은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떤 세미나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과연 우리 아이에게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고....

우리 아이는 3살이 되자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숫자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문자도 따로히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컴퓨터 이적이더니 읽기 시작했습니다.

5살에는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 부른 동요를 오른손만이지만 피아노로 훌륭히 쳤답니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말씀하신 분도 있었지만 저는 사물(피아노)하고만 교류할까 하여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7살 춘강복지관에서 하는 장애학생 전이학교프로그램인 ‘해오름학교’에서 받아쓰기도 가능했으며 심지어 일기쓰기도 아주 단순하지만 가능했습니다.

누나가 하고 있는 윤선생영어를 누나보다 더 좋아라 듣고 엄마가 듣는 클래식음악이나 가스펠송도 엄마보다 더 심취해서 감상합니다.

컴퓨터는 정말 잘 다루고 심지어 다운되었을때 고치기까지 했답니다.

이런 우리 아들이 자폐입니다. 보통 아이라면 엄마가 너무나 자랑스러워 할 만큼 재능이 많은 우리 아이가 자폐입니다.

테잎을 들으면 반복해서 듣고 또 들어야 하고 사람과 눈 맞추는 것을 힘들어하고 사람보다는 사물에 관심이 더 많고 그래서 또래 아이들과 라포형성이 어렵고, 혼자 몰입을 잘하여 혼잣말하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필 꽂힌 말은 자신이 납득이 될 때까지 반복해서 얘기를 해야하고 어려운 영어단어는 아는 아이가 ‘나’라는 말은 어려워 못 쓰고 말을 한다고는 하나 뭔가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얘기를 하고 시지각평가라는 테스트에서는 ‘만9세1개월’이나 나오는 아이가 정작 셈은 못하고 정말 알 수 없는 이 자폐라는 굴레에서 나는 우리 아이를 놓고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입학식날 교장선생님이 1학년아이들에게 물으셨습니다.“여러분들의 꿈은 뭡니까?”하고, 그때 우리 아이가 꿈같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컴퓨터과학자가 될거예요.”라고.....

피그말리온인지 피를 말리온인지 이런 효과가 현실성을 바탕으로 한다지만 나는 무작정 꿈을 꿔 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는 컴퓨터과학자가 될것이다’라고 왜냐면 알아서 얘기를 했건 몰라도 얘기를 했건 그건 둘째로 하고 우리 아들의 입을 통해 나온 이 꿈같은 꿈을 엄마인 저라도 존중을 해 주어야 할 것같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서막을 막 시작해 버거워 하는 우리 아들에게 홧팅을 띄웁니다.                                                                                                        201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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