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탁이의 이야기를 써 가며 처음으로 지난 4월을 건너뛰었다. 글로 써 버리면 정말 현실이 되어 버릴 것 같은 걱정에 난 아이가 처한 현실을 이전처럼 관찰을 하고 기록을 하는 엄마가 아니라 물 흐르듯이 방관하는 자세로 힘든 그 시기를 보냈다.남을 원망하지도 않으려 애썼고 또한 나 자신을 책망하려 하지 않았다.세월의 강에 아이를 맡겼고 급류를 만나 폭포밑으로 수직 낙하를 할 것만 같았던 현실이 5월이 되니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 꽃처럼 아지랭이 건너편에 희망이라는 날개를 달고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게 되었다.

시끄러운 인간사야 조금 뒤로 두고 아이의 발전에 오늘은 마냥 즐거워 해야 할 것같다.

방황...그리고...안착

3월마지막주에 학교를 옮겼다. 아이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은 알지만 엄만 그 당시 그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우리 아이는 많은 방황을 하였다.교실안을 서성이던 아이가 점점 교실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난 도서관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건지 자꾸 교실을 뛰쳐나오는 아이를 찾는 보조교사를 하러 온건지, 정말 아이가 없어졌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놀라는 새가슴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학교 안 어디에도 보이지가 않았다.학교밖을 나가 찾는데 한 블럭을 걸어가보니 차들이 좀체 서주질 않는 도로다. 조금 더 밑으로 내려가면 제주도 최대의 시장인 동문시장...

112로 거는 손이 떨렸다.이 곳에서 잃어버리면 정말 끝인것만 같았다.다행히 나와 반대편에서 아이를 찾으셨던 보조선생님이 아이를 찾으셨다. 아이는 문이 열린 낯선 집에 들어갔다가 이름을 듣고 뛰어 나왔다 한다.

안하던 짓을 한다. 그러더니 툭 하면 없어지신다. 찾는것도 슬슬 부아가 치민다.뭐가 문제인지 뒤죽박죽에 영화라면 1년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때 할머니가 많이 아프셨다. 학교측에서도 아이를 한번 믿고 맡겨 보라 하신다. 난 손가락사이로 모래를 흘려보내는 허무함까지 느끼며 아이를 학교에 맡겨놓고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다녔다.

아이를 맡겨놓고 난 기도만 했다. 다른 무엇도 할 수도 없었고 당분간은 해서도 안될 것만 같았다.

4월이 지나고 5월이 오고 아이는 드디어 교실 밖을 뛰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화가 난다고 옆의 아이를 긁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엄마가 없는 학교에서 아이는 꿋꿋하게 커주고 있고 사랑도 받고 있다.

하루는 여자친구한테 러브레터도 받아왔다.'우리반 아이들이 너를 모두 좋아해. 하지만 내가 널 젤 좋아해'라고

몸이 달아 아이를 쫓아다닐 때는 몰랐던 아이의 장점도 보이고 나 또한 내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이 만큼 커 주고 있는우리 아들이 너무나 고맙고 대견하다.

예쁜 장미정원을 가꾸려면 수 많은 장미가시에 찔려야 한다던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너무나 다가오는 이 말에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있어 얼마나 많은 인내와 기다림이 있어야하는지를 너무나 많이 깨닫는 요즘이다.

 

What can I do for him?

분리불안장애라는 말을 들었다.아이가 나때문에 행복해 하지 않는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엄마가 너무 아이를 닥달한다고 했다.어떤게... 그리고 어떻게...

명탁이는 자폐성 장애 1급이다.그런데 우리 아이의 인지능력은 굉장히 좋은 편이다.십단위수의 덧셈도 가능하고 뺄셈물론 가능하고 학습지도 풀 수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받아쓰기 100점도 문제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일본어책은 벌써 한권을 다 외웠다. 컴퓨터도 자유자재로 다룬다.혼자 목욕도 할 수 있고 줄넘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눈맞춤이 지금도 안된다. 한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것도 무척 어렵다.다른 사람의 핸드폰이라도 벨이 울리는데 받지 않으면 발작을 하고 옆에서 너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동물처럼 달려들어 할퀴려 든다.

같은 동화책을 닳도록 읽어야 하며 같은 만화를 골 백번을 봐야 한다.요즘 이 부분은 많이 개선되어 만화도 여러가지를 돌려보고 있고 동화책도 몇권으로 범위가 늘었다.

옆으로 눕기를 즐기고 TV도 의미없이 채널을 돌리는 걸 좋아하고 이유도 없이 웃기 시작하면 끝이 없이 웃는가하면 이유도 없이 울며 짜증낸다.

작년 이맘때에 우리 아이의 상태는 정말 최악을 달렸다.까마귀소리를 내질 않나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손톱을 세우고 달려 들었었다.정서를 안정시켜본다고 수영장엘 데리고 갔더니 하도 울어 미안해서 계속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많이 달라졌다.소리 지르는 것은 거의 사라졌고 아이를 할퀴는 것은 아직도 조금 남아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아닐 정도로 호전되었다.수영장에선 T판을 잡고 20M를 왕복 열바퀴를 돈다.

아이들을 먼저 키워 본 엄마들이 세월도 아이를 자라게 한다라는 말이 진실인지 아이는 그렇게 크고 있다.

그런데 난 요즘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에게 내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줬나?

하지만 내가 그렇게 시켰으므로 인지가 그나마 저렇게 올라온 게 아닌가? 인지가 올라왔기에 지금의 발전으로 이어지는게 아닌가? 하지만 정말 모르겠다.어떻게 하는것이 우리 아이를 위한 일인지...

혹자는 나에게 이런 고민조차 하지 말고 그때그때마다 미현이에게 하는 것처럼 일반 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하라는데 그것또한 쉽지가 않다.그래서 난 기도한다. "하나님, 저에게 어떤 것이 최선임을 보여주소서"하고...

                                                                                  2011.05.31.   명탁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