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페관련/자폐스펙트럼장애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진단과정과 평가도구

명탁이 어멍 2010. 2. 2. 03:43

 

I. 서 론

자폐증은 사회성의 결여와 언어적 또는 의사소통의 문제, 제한되고 반복적인 양상을 보이는 행동 등을 특징으로 하는 3 가지의 핵심적인 증상을 보이며, 이런 상태를 정의하는 질적인 장해는 개인의 발달수준이나 정신연령에 비해 명백하게 일탈되어 있다. 현재 자폐증은 뇌의 기능적인 면에서 생물학적 결함(neurobiological defect)을 가지는 전반적인 발달장애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로 이해하고 있다.

자폐증은 진단적 개념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발달상의 문제가 아동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개인차가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진단과정에서 아동을 평가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개 아동이 나이가 들수록 자폐증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기 용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늦은 나이까지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을 유보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자폐아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에 의하여 조기에 자폐증으로 진단이 되면, 자폐아를 위한 조기특수교육프로그램(early intervention program)에 가능한 한 빨리 들어가서 그 아동에게 적합하고 체계적인 특수교육을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나 효과적으로 특수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나중에 자폐아가 보이는 기능의 수준이 천양지차라는 사실은 이미 정설로 굳어졌다. 자폐아가 보이는 예후는 약 만 5세 경에 자폐아가 나타내는 지능지수와 언어구사능력에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적어도 만 3세 이전에 자폐증이 진단되어 조기특수교육과정에서 자폐아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적절히 받아 아동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발달장애에 경험 있는 임상가들은 전형적인 자폐증상들을 보이는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자폐증은 현재 아동이 보이는 행동유형과 과거 발달 과정에서의 경과에 근거하여 내리는 임상적인 진단으로, 이 진단의 신뢰도나 일치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발달지연을 보이는 다른 종류의 장애들과 구분하기가 까다로울 때가 많다. 임상적으로 만 18개월부터 전형적인 자폐증의 경우는 진단이 가능해지며, 보다 어린 나이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때, 초기 진단과정에서 보다 명확한 경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평가도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자폐증을 진단하여 다른 종류의 발달장애와의 차이를 식별해내는 의학적인 검사(medical test)는 없지만, 자폐증과 관련된 많은 행동들이 다른 의학적 질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는 다른 가능한 의학적 원인을 배제하기 위하여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이나 부모들이 아이의 상태에 대하여 설명할 때, 용어상의 혼돈감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용어상의 혼돈감을 피하는 것이, 초기 진단과정에 있어서 자폐아동을 가진 부모들이 자녀의 상태에 대하여 정확한 개념을 빨리 갖도록 도움을 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II. 자폐증의 역사적 변천

1. 레오 캐너 Leo Kanner: 1943년 미국 John Hopkins 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Leo Kanner는 자신의 클리닉에 의뢰된 환아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아동들에 대해 연구한 후, 이것을 그리스어의 자기(self)라는 단어에서 어원을 둔 자폐증(조기 영아자폐증, early infantile autism)이라고 이름 붙였다.

2. 한스 아스퍼거 Hans Asperger: Leo Kanner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비엔나의 의사 Hans Asperger는 정상적인 지능과 언어 발달이 되어있지만 자폐와 유사한 행동(autistic-like behaviour) 및 사회적 기술과 의사소통 기술의 심한 결함(marked deficiencies in social and communication skills)을 가지고 있는 몇 명의 소년들의 행동 양상에 대해 기술된 논문을 출간하였다.

Asperger는 Kanner 증후군과 비슷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관찰했다. Kanner가 보고한 11명의 소년 중에 3명은 전혀 말을 하지 못했고, 나머지 아이들도 거의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다. Asperger의 사례에서는 소년들이 마치 작은 어른(little adult)처럼 말을 잘 했다. 전반적인 운동 통합 능력(gross coordination)과 미세한 운동 기술(fine motor skill)에 대해서도 불일치가 있었다. Kanner는 전자는 불량하고 후자는 매우 우수하다고 했지만 Asperger는 둘 다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Kanner는 기계적인 학습(learning by rote)을 시키는 것이 자폐아를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지만, Asperger는 자신의 환자들은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므로, 자발적으로 매우 잘 성취한다고 보았다.

3. Lorna Wing의 선구적인 연구는 자폐증의 세 가지 핵심증상(the triad of impairment)에 대한 개념을 이끌어내었다: 이 개념은 마음의 이론 기능에서의 장해(deficit in theory of mind)라는 자폐증의 신경심리학적인 관점을 설명하는데 유효 적절하게 사용된다.

a.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impairment of social interaction)
b. 의사소통의 장애(impairment of communication)
c. 상상력의 장애(impairments of imagination)

III. 자폐증의 빈도

엄격한 의미의 전형적인 자폐증은 미국에서 약 10,000명당 4-5명 꼴로 발생한다. 가벼운 자폐증상의 아동들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인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의 경우는 10,000명당 20~30 명 정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일부의 연구는 10,000명 당 91명까지 문제점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는 실정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외국의 경우들과 유사하게 발생하리라 생각한다.

IV. 자폐증의 진단기준(DSM-IV)

1. 전반적(또는, 광범위성) 발달 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진단기준 (DSM-IV)

a. 자폐성 장애(Autistic Disorder): 전형적인 자폐증
b. 레트 장애( Rett's Disorder)
c. 소아기 붕괴성 장애(Childhood Disintegrative Disorder)
d. 아스퍼거 장애(Asperger's Disorder)
e.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 (비전형적 자폐증 포함)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Not Otherwise Speicified (PDD, NOS): 발병 연령이 늦은 경우, 비전형적인 증상, 충분한 진단 준거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비전형적인 자폐증(atypical autism)이 여기에 해당된다.

2. 자폐성 장애(Autistic Disorder)의 진단기준(DSM-IV)

A. (1), (2), (3)에서 총 6개 (또는 그 이상)항목, 적어도 (1)에서 2개 항목, (2)와 (3)에서 각각 1개 항목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의 질적인 장해가 다음 항목들 가운데 적어도 2개 항목으로 표현된다.

a.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절하기 위한 눈 마주치기, 얼굴 표정, 몸 자세, 몸짓과 같은 다양한 비언어적 행동을 사용함에 현저한 장해
b. 발달수준에 적합한 친구 관계 발달의 실패
c.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기쁨, 관심, 성공을 나누지 못한다 (예: 관심의 대상을 보여주거나, 가져오거나, 지적하지 못함)
d. 사회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서로 반응을 주고 받는 상호 교류의 결여

2. 질적인 의사소통 장해는 다음 항목들 가운데 적어도 1개 항목으로 표현된다.

a. 구두 언어 발달의 지연 또는 완전한 발달 결여 (몸짓이나 흉내내기 같은 의사소통의 다른 방법에 의한 보상 시도가 수반되지 않는다)
b. 적절하게 말을 하는 경우라도,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능력의 현저한 장해
c. 발달수준에 적합한 자발적이고 다양한 가상적 놀이나 사회적 모방 놀이의 결여

3. 제한적이고 반복적이며 상동증적인 행동이나 관심, 활동이 다음 항목들 가운데 적어도 1개 항목으로 표현된다.

a. 강도나 초점에 있어서 비정상적인, 한 가지 이상의 상동증적이고 제한적인 관심에 집착
b. 특이하고 비효율적인 틀에 박힌 일이나 의식에 고집스럽게 매달림
c. 상동증적이고 반복적인 동작성 매너리즘 (예: 손이나 손가락으로 딱딱 때리기나 틀기, 또는 복잡한 몸 전체 움직임)
d. 대상의 부분에 지속적으로 몰두

B. 다음 영역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 영역에서 기능이 지연되거나 비정상적이며, 3세 이전에 시작된다.

1. 사회적 상호작용
2. 사회적 의사소통에서 사용되는 언어
3. 상징적 또는 상상적 놀이

C. 장해가 레트 장애 또는 소아기 붕괴성 장애로 잘 설명되지 않는다.


* 자폐 스펙트럼장애의 진단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문제들

이 장애의 특징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훈련기간이 짧고 경험이 적은 임상가들에게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자폐증에 대한 경험이 많은 소아정신과 의사를 찾는 것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소아정신과 의사, 소아신경과 의사(pediatric neurologist), 심리학자(psychologist), 언어치료사(speech/language therapist), 특수교사(special education consultant) 등 자폐증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여러 전문가로 구성된 팀(multidisciplinary team)이 아동을 평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이처럼 다른 상태들(other conditions)과 자폐증을 구분하는 것에도 중요할 뿐 아니라, 적절하고 효과적인 교육과 치료 프로그램을 짜는데 있어서도 기본이 된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자폐증에 정통한 소아정신과의사가 아동의 발달력에 대한 자세한 정보청취와 더불어 아동이 혼자 노는 모습을 관찰하고, 엄마와 아동이 같이 상호적으로 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최근에 자폐아의 여러 문제들 중 사회적 의사소통(social communication)의 장애를 가장 의미있는 자폐적인 특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중요한 요소들은 affective reciprocity(정서적 상호교류), joint attention(함께 주의하기), theory of mind(마음의 이론) 등이다. 추가적으로 아동이 하는 가장놀이(pretend play)는 아동의 정서발달 뿐만 아니라 마음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다.

a. 제한된 정서적 상호교류(restricted affective reciprocity): 정서적 상호교류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조절하기 위하여 비언어적 행위(눈맞춤, 얼굴표정, 몸짓)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성향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과의 상호적인 놀이과정에서 소아정신과 의사는 정서적인 교류를 제대로 못 느끼면, 보다 어렸을 때 했었던 놀이의 방식으로 내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보다 낮은 수준의 놀이에는 거의 대부분 반응하기 때문이다. 상호적인 놀이과정에서 눈맞춤, 얼굴표정, 미소 등을 통하여 아동이 놀이하는 대상과 정서적인 상호교류를 동반한 상호적인 관심과 관계형성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b. 마음의 이론의 이상(deficit in theory of mind), 또는 social referencing의 장해: 마음의 이론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가장 잘 대변하는 기능이다. 정상적인 발달과정에서 만 4세 이후에 획득되는 인지기능인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은 아이가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 지에 대하여 이해하는 능력으로서 자폐아는 이 능력이 손상받는다. 결과적으로, 자폐아는 자신을 둘러싼 주위환경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과 관련된 인물들(부모,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것이 어떤지를 추정하지 못한다. 자폐아가 사회적 맥락에서 적절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 등과 같은 신경심리적인 기능들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기능은 정상적으로 만 4세가 되어야 획득이 가능한 인지기능이므로, 나이 어린 아동들에 있어서는 '마음의 이론' 기능의 단초가 되는 social referencing의 기능에 대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생후 첫해의 후반기 경에 아기는 낯선 환경에 부딪히게 되면, 엄마를 쳐다보면서 과연 이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는 지에 대한 반응을 얻으려는 시도를 한다. 이때 엄마가 미소로 아기의 모험을 북돋아주면 아이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내적으로 자신감을 얻어 자신의 모험을 계속한다. 생후 12개월 경 완성되는 아기의 'social referencing' 기능은 아동의 감정조절능력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발달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 함께 주의하기 능력(joint attention)의 결여: 생후 18개월에 정상적으로 획득하는 능력으로, 이 시기에 자폐아는 이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함께 주의하기능력은 자신과 타인이 동일한 대상에 대해 공통적으로 주의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데, 한 대상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상태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자폐아동은 상대방의 시선방향을 확인하고, 자신의 시선을 그곳에 맞추는 시선 검토(gaze monitoring)를 하지 않으며, 또한 자신이 보고 있는 대상을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기 위하여 손가락으로 그 대상을 가리키면서 상대방의 눈을 살피는 서술적 지적(proto-declarative pointing)을 하지 못한다.

d. 가장놀이(pretend play)의 장해: 사물을 다른 것으로 가장하고 노는 가장놀이(pretend play)를 하기 시작할 때인 생후 18개월에 마음의 표상적 특성을 이해하게 된다고 본다. 바나나를 전화기로 가장하여 가장놀이를 하는 아동이 마음속에서 '이것은 실제로는 바나나이나 전화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하자'라고 생각한다고 간주한다. 즉 가장놀이를 하는 아동은 자신이 마음속에서 바나나를 전화기로 표상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소아정신과 의사가 진단과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장놀이는 티 파티(tea party)로서, 소아정신과 의사는 차 주전자로 찻잔에 차를 따르는 시늉을 하면서 자신의 찻잔과 아동의 찻잔에도 따라준다. 이 때, 아동이 찻잔을 마시는 시늉을 하거나, 다른 찻잔에 차 주전자로 차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면, 아동이 가장놀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파악한다. 자폐아동들에게는 가장놀이를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에 도움이 되는 소견들

a. Checklist for Autism in toddlers(CHAT): 생후 18개월경에 아동의 발달을 평가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screening 검사로서 함께 주의하기능력(joint attention)과 가장놀이(pretend play)가 동시에 장해가 있으면, 만 2세가 지나서 자폐증으로 진단된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가 있었다.

b. Wechsler Intelligence Scales for Children(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 WISC): 자폐아동은 WISC 검사에서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높이 나오는 경향이 높다. 소검사 항목에서 이해(Comprehension), 차례맞추기(Picture Arrangement)의 항목이 낮은 점수를 보이며, 토막짜기(Block Design), 숫자(Digit span)의 항목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보인다고 연구보고가 있었다.

V. 자폐증과 관련한 용어상의 혼돈

1. 우리 나라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하나가 '자폐성향(autistic tendency)'이라는 용어이다. 소아정신과의사를 비롯하여 특수교사 등 자폐관련업무 종사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이 단어는 자신의 자녀를 처음 진단받는 부모들에게는 약간 덜 충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진단적으로 매우 모호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아동이 진짜 자폐증이 아니더라도 일시적으로 자폐성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유사자폐라는 용어가 한 때, '반응성 애착장애'라는 질환의 동의어와 같이 사용되던 때도 있었으나, 아마도 진짜 자폐증은 아니면서 자폐증상과 유사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어진 듯하다. 그러나, 자폐증상과 유사하게 보이는 발달장애가 여러 종류이므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폐증에 관련한 전문가들이 '유사자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3.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소아정신과를 찾는 이유는, 아동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늦고,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불러서 반응하는 것이 떨어지고, 혼자 노는 모습을 보이는 등의 사회성 발달이 늦으면서, 인지기능 역시 떨어지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를 '발달 지연(developmental delay)' 되었다고 한다. 즉, 발달지연이나 발달지체는 진단명이 아니라, 아동의 상태에 대한 표현일 뿐이다. 왜 아동에게 발달지연이 발생했는 지에 대한 원인을 찾는 과정이 진단과정이다.

4. 상당수의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자폐증을 보이는 아동들을 진단함에 있어서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전반적 발달장애, 혹은 광범위성 발달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전반적 발달장애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이나 부모들은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이 심한 낙인(stigma)을 찍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적인 부모와의 상담과정에서 '자폐'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전반적 발달장애라는 용어를 선택한다. 또한, 그냥 '발달장애'라는 표현을 쓰거나, '유사자폐' 내지는 '자폐 끼'가 있다는 식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조기 진단과정을 통하여 부모가 아이의 상태에 대하여 조기에 인식할 기회를 놓치거나 애써 외면해버려서 적절한 치료의 시기를 늦추게 된다.

5.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or Autistic Spectrum Disorder)'는 자폐증상을 보이는 환자들 가운데, 아주 가벼운 상태의 자폐증 환자가 한쪽의 끝에 위치하고 다른 끝에는 전형적이고 심한 형태의 자폐증을 연속선상으로 연결하여 그 사이에는 다양한 증상들과 기능 수준을 보이는 자폐증 환자군이 존재한다고 간주한다. 이렇듯 자폐증상의 환자군을 하나의 스펙트럼의 관점에서 보아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개념은 전형적인 자폐증인 자폐성 장애(Autistic Disorder)와 비전형적 자폐증(Atypical autism or PDD, NOS)로 구분하여 진단할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저명한 소아정신과의사인 Lorna Wing의 경우는 가벼운 자폐증상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시키는 경우 유병율이 약 10,000명당 91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통계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10,000명당 20~30 명)보다 높기는 하지만, 그만큼 자폐 스펙트럼장애는 생각보다 많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자폐 협회(American Society of Autism)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Autism Spectrum Disorder로 사용하고, 영국에서는 Autistic Spectrum Disorder를 사용하는 등 약간의 차이가 있다.

최근에 예일대학 소아정신과의 Fred Volkmar 등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은 원인론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VI.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구별해야 하는 장애들

부모님이 아이의 발달이 늦어서 소아정신과를 방문하게 되는 경우, 아이가 말로 표현하는 것이 늦고,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불러서 반응하는 것이 떨어지고, 혼자 노는 모습을 보이는 등의 사회성 발달이 늦으면서, 인지기능 역시 떨어지게 보인다. 이런 상태를 '발달이 지연(developmental delay)되었다고 한다.

a. 청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나이 어린 아이가 말이 늦으면, 진단의 종류에 상관없이 청력 자체가 정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 난청으로 인하여 언어발달의 지연을 비롯하여 발달지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b. 발달성 언어장애(혼합형 수용-표현 언어장애):

뇌의 기형 등의 구조적인 병변이 없으면서 언어의 발달이 늦는 경우이다. 아기가 태어난 후, 두뇌의 발달(특히, 언어중추 부위)이 미성숙해서 뚜렷한 구조적인 병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또래의 타 아동들에 비하여 언어발달이 늦은 경우이다. 유전적인 요인도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달지연의 원인으로 가장 흔하며, 약 4% 정도의 발생빈도를 보이고 있다.

혼합형 수용-표현언어장애는 또래의 정상 아동에 비하여 수용언어(언어 이해력)나 표현언어(언어 표현력) 수준이 모두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경한 수준의 언어장애를 보이는 경우는 정서적 상호교류나 가장놀이 등이 정상에 가깝고 비교적 쉽게 자폐증과 감별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 어린 아동이 혼합형 수용-표현 언어장애와 정신지체(심한 인지기능의 장애)가 동반하여 있을 때, 기능수준의 저하로 수용언어가 심하게 떨어짐으로 인하여 사회성이나 인지기능의 발달이 매우 뒤떨어져서 마치 자폐아와 유사하게 보여 흔히 혼동이 되기도 한다.

c. 의학적 상태와 관련한 심한 정신지체:

언어, 사회성, 그리고 인지기능 등이 모두 떨어져 있는 정신기능의 발달지체로서, 많은 경우에 뇌의 구조적인 기형, 유전 질환, 선천성 대사질환 등이 있거나, 갓난아기 때 뇌 감염을 앓아 그 후유증으로 심한 정신 지체를 보이기도 한다.

d. 특수한 형태의 소아간질:

Landau-Kleffner syndrome으로서 말을 잘 하던 아동이 밤에 잠을 자다가 간질을 하기 시작하면서 언어가 퇴행되는 경우이다. 수면뇌파로 확진이 가능하다. 영아 연축(infantile spasm) 역시 자폐증상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e. 반응성 애착장애:

아이가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양육된 경우로서, 엄마와 아이사이의 애착형성 비일관적이고 지리멸렬한 경우이다. 즉, 부모(주로, 엄마)가 아이에게 학대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아이를 돌보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하는 등의 극히 잘못된 보살핌으로 인하여 아기가 정서적으로 심하게 위축되고, 발달지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는 아이에게 반응성 애착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그 아이의 부모는 주정부 기관인 child protective services로부터 아이에게 어떤 잘못을 해서 양육환경이 나쁘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조사를 받게 된다. 말하자면, "부모가 몹쓸 사람" 이란 뜻이다. 통계적으로 이 질환은 매우 흔치 않다(very uncommon)라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나라에서는 반응성 애착장애의 진단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이다. 정확한 진단하에 적절한 치료가 시작되었다면, 반응성 애착장애 증상을 보이던 아동은 약 6개월 이내에 현저한 호전을 보일 것이다.

VII.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에 도움이 되는 평가도구

1.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Generic(ADOS-G)

ADOS-G는 ADOS와 Pre-Linguistic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ale(PL-ADOS)를 통합하여 발전시켰다. ADOS-G의 Module 1,2가 PL-ADOS를 의미한다. PL-ADOS는 비언어적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관찰척도로 만 2세-5세의 비자폐적 발달지체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구분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부모와의 상담이 빠져있어서 ADI-R과 같은 다른 도구를 이용한 부모 상담이 보충되어야 한다. ADOS-G는 전형적인 자폐증인 자폐성 장애와 보다 가벼운 상태의 개념으로 PDD, NOS를 구분하여 진단을 할 수 없다. ADOS-G를 통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하여 이 평가도구에 대한 충분한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ADOS-G Module 1,2,3,4의 전반적인 평가는 전 척도를 통한 아동의 행동을 근거로 이루어져야 한다. 5가지의 주된 영역에 따라 이루어진다. A. 언어와 의사소통, B. 호혜적 사회적 상호작용, C. 놀이, D. 전형적 행동과 제한된 흥미, E. 다른 이상행동들로 구성되었다.

여기서는 Module 1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겠다.

* Module 1: PL-ADOS에 기초하며, 언어 전단계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각 영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말이 없거나 간단한 구가 가능한 대상으로, 구조화된 과제활용을 사용하여 채점하며 각 척도는 0,1,2,3점으로 채점된다.

A. 언어와 의사소통(LANGUAGE AND COMMUNICATION)

1. 반향언어가 아닌 언어의 전반적 수준
2. 다른 사람을 향한 언어화 빈도
3. 음성화나 발화시의 억양
4. 즉각적 반향어
5. 상동증적이며, 특이한 단어와 구
6. 의사소통을 위해 타인의 신체를 이용
7. 지적하기
8. 몸짓

B. 호혜적 사회적 상호작용 (RECIPROCAL SOCIAL INTERACTION)

1. 비정상적 눈맞춤
2. 반응으로 하는 사회적 미소
3. 타인을 향한 얼굴표정
4. 사회적 관계 도중에 아동의 시선과 다른 행동들간의 통합
5. 상호작용에서 공유된 흥미(share)
6. 이름에 대한 반응
7. 요청하기
8. 주기
9. 보여주기
10. 함께 주의하기능력(joint attention)에 대한 자발적 주도
11. 함께 주의하기 능력에 대한 반응
12. 전반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

C. 놀이 (PLAY)

1. 사물의 기능놀이
2. 상상력 있는 놀이

D. 전형적 행동과 제한된 흥미(STEREOTYPED BEHAVIOR AND RESTRICTED INTERESTS)

1. 놀이도구와 사람에 대한 이상한 감각적 흥미
2. 손, 손가락 등 반복 움직임
3. 자해행동
4. 상동행동이나 이상한 반복적 흥미에 고착

E. 다른 이상행동 (OTHER ABNORMAL BEHAVIORS)

1. 과잉활동
2. 분노발작, 공격성, 부정적 행동
3. 불안

2. 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ADI-R)

ADI-R은 아동의 일차 양육자와 면담을 통해, 다른 유형의 발달장애로부터 PDD를 감별 진단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특징적 행동들의 자세한 묘사를 얻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주요 진단적 특징에 초점을 맞추지만, 연관된 다른 행동들도 포함하며, 초기 4-5년 동안의 발달이정표의 세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동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여 평가하는 ADOS와 상호보완적 도구로 이용된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얻는 정보에 의존하므로,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 대하여 갖고 있는 선입견에 의하여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DI-R을 제대로 마치는데, 약 2시간이 소요되므로 실제적인 임상상황에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만 18개월 이하의 발달연령을 보이는 발달지체 아동을 자폐증으로 지나치게 많이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 ADI-R 역시 숙련된 면담기술과 면담자의 상세한 지식에 크게 의존하므로 철저한 훈련이 필수적이다.

1) Reciprocal Social Interaction

* B1: Failure to use eye-to-eye gaze, facial expression, body posture and gesture to regulate social interaction:

42. Direct Gaze
43. Social smiling
52. Range of facial expression used to communicate

* B2: Failure to develop peer relations

64. Imaginative play with peers (over 4 years)
66. Interest in children
67. Responses to other children's approach
68. Group play with peers (4-10 years)
69. Friendship (10-15 years)

* B3: Lack of shared enjoyment

45. Showing and directing attention
46. Offering to share
47. Seeking to share own enjoyment with others

* B4: Lack of socio-emotional reciprocity

49. Offers comfort
11. Use of other's body to communicate (Ever)
51. Quality of social overtures
53. Inappropriate facial expression (Ever)
57. Appropriateness of social responses

2) Communication (for all subjects)

* C1: Lack of, or delay in, spoken language and failure to compensate through gesture

30. Pointing to express interest
31. Conventional instrumental gestures
32. Nodding
33. Head-shaking

* C4: Lack of varied make-believe or social imaginative play

29. Spontaneous imitation of actions
63. Imaginative play
65. Imitative social play

* C2V: Relative failure to initiate or sustain conversational interchange (for verbal subjects)

20. Reciprocal conversation(current)
16. Social "chat" (current): FOR SUBJECTS WITHOUT PHRASE SPEECH

* C3V: Stereotyped, repetitive or idiosyncratic speech

18. Stereotyped utterances (Ever)
22. Inappropriate questions (Ever)
23. Pronominal reversal (Ever)
24. Neologism/idiosyncratic language (Ever)

3) Repetitive Behaviors and Stereotyped Patterns

* D1: Encompassing preoccupation or circumscribed pattern of interest

70. Circumscribed interest (Ever)
71. Unusual preoccupations (Ever)

* D2: Apparently compulsive adherences to nonfunctional routines or rituals

25. Verbal rituals (Ever)
75. Compulsions/rituals

* D3: Stereotyped and repetitive motor mannerisms (score highest)

81. Hand and finger mannerisms (Ever)
84. Complex mannerisms (Ever)

* D4: Preoccupations with part-objects or nonfunctional elements of materials

72. Repetitive use of objects (Ever)
77. Unusual sensory interests (Ever)

4) Abnormality of Development evident or before 36 months

2. Age parents first noticed
93. Age when abnormality first evident
94. Interviewer's judgement on age manifest
12. Age at first single words
13. Age at first phrases

VIII. 결 론

일반적으로 자폐아의 부모들은 아이의 언어 발달이 이상하다는 느낌으로부터 아이의 발달에 대하여 염려하기 시작한다. 그런 뒤, 자폐증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전문가를 찾아 헤매게 된다.

최근에 자폐아의 여러 문제들 중 사회적 의사소통(social communication)의 장애를 가장 의미있는 자폐적인 특성으로 파악하고 있다(Tanguay, 2000). 사회적 의사소통의 중요한 요소들은 정서적 상호교류, 함께 주의하기, 마음의 이론 등 세 가지이며, 추가적으로 가장놀이를 자폐아동에게 결여되어 있는 중요한 기능으로 보고 있다.

가능하다면, 필요한 평가도구(ADOS-G, ADI-R)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기회가 바람직하겠지만, 주어진 현실에서는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소아정신과 의사가 조기에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자폐아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에 의하여 조기에 자폐증으로 진단이 되면, 자폐아를 위한 조기특수교육프로그램(early intervention program)에 가능한 한 빨리 들어가서 그 아동에게 적합하고 체계적인 특수교육을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