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페관련/자폐 관련 자료

엄마가 지켜줄께(자폐아를 IQ185의 천재 시인으로 이끌어낸 엄마의 기록)-2

명탁이 어멍 2010. 4. 6. 12:54

티토는 동시에 보고 들을 수가 없었다.적어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

티토가 말하기를 모든 감각을 하나의 통로로 좁히지 않으면 세상이 '완전한 혼돈으로 변한다'고 했다.

게다가 티토는 모든 자폐증환자가 여러 감각중에서 하나만 발달시킨다고 생각했다.하나의 감각에만 집중해야 주변환경에 대한 정보를 더 잘 얻을 수 있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티토가 하나의 감각으로 인식한 묘사들이 있는 시->

마음나무

어쩌면 밤일지도 몰라

어쩌면 낮일지도 몰라

확실히는 알수 없어

아직 따스한 햇살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나는 마음나무야

그 마음을 내게 선사하던

그의 목소리가 또렷이 떠올라

너에게 이 마음을 주노니

오직 너 만이 그럴테고

아무도 너와 같지 않을테니

나는 너를 마음나무라 부르리라.

나는 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해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어

바라고 기대할 수도 있어

고통은 느낄 수 있지만 울지는 못해

그래서 고통이 가라앉기만 기다려

나는 기다릴 줄밖에 몰라

내 근심과 걱정은

어딘가 깊숙이 내 안에 갇혀있어

어쩌면 뿌리 속에

어쩌면 줄기 속에

나한테 마음을 준 그가 다시 오면

이번에는 눈을 달라고 부탁해야지

정말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그러길 바라고 있어

어쩌면 올지도

어쩌면 안 올지도                                  <침묵 저편에>에 실린 티토의 시

 

나는 사물들을 연관시켜 기억해요.

지금 경험하는 사물을 과거의 경험과 연관시키는 거죠.마치 2라는 숫자때문에 3이 존재하고 1이라는 숫자때문에 2가 존재하듯이.

나의 시각 경험은 청각경험에 비해 훨씬 수동적이예요.색깔이나 모양을 판단하려면 과거에 보았던 똑같은 색깔이나 모양을 떠올려야 하죠.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려요.

포셔 아줌마,내가 어떻게 사람들을 알아보는지 궁금하다고요?

대답은 간단해요 "못해요"

내가 사람들을 눈맞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그래서 포셔 아줌마,나는 당신의 목소리,당신이 선택한 단어를 듣고 평소에 자주 보았던 당신 사진과 비슷한 사람으로 인식해요.

늘 똑같은 사진과 비교해 달라진 점들을 연결시키는 거죠.사람의 얼굴은 귀,코,입을 비롯한 여러 부위가 모여서 이루어져요.하지만 각 부위의 길이와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죠.

자,한번 상상해 보세요.걱정스러운 표정,웃는 표정,슬픈 표정,난처한 표정이 담긴 각각의 얼굴부위를 구석구석 연관지으려면 내가 얼마나 혼란스럽겠어요?

나를 보고 웃는 포셔 아줌마를 인식하려면 얼마나 많은 연결고리가 필요할까요? 그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 있나요?

내가 상황을 인식하는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 아느냐고 물었죠?

그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예요.보통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모양과 소리를 인식하는지를 모르는데 내가 빠른지 느린지 어떻게 알겠어요?

내가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건 엄마 덕분이예요.

엄마는 나에게 생물학을 가르쳐 주었어요.인간의 몸을 이루는 구조에 대해서요.

엄마는 물리학도 가르쳐 주었어요.세상을 규정하는 법칙에 대해서요.

그래서 지금은 '실제세상'과 내가 경험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알아요.

그 둘을 비교해 완전한 그림을 얻으려다 보니 남들보다 드린거죠.그게 바로 차이일 거예요.

아무 차이가 없다면 내가 왜 다르게 행동하겠어요?

그리고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어째서 자폐아라고 불리겠어요?

 

현관을 통해 안으로 들어온 티토는 다시 온 집안을 뒤집어놓기 시작했다.마침내 티토를 따라 잡은 내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이제 이야기 좀 하면 안 될까?"갑자기 티토가 바닥에 주저앉아 책상다리를 하고는 앞뒤로 건들거리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뺨을 맹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소마가 글자판을 티토에게 내밀고 다그쳤다.

---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종이를 열었다 닫았다 할래요.벽돌 담장냄새를 맡고 웃을래요." 

갑자기 다시 손을 떨며 몸을 흔들면서 요란하게 끽끽거리기 시작했다.

 

포셔 아줌마

나는 이편지의 제목을 '사과를 생각하고 바나나를 하기'라고 할래요.

아주 괴상하죠? 하지만 아주 흔한 일이예요.나한테는...

특히 머릿속에 떠오른 어떤 감정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표현할 길이 없을 때 그래요.그와 동시에 그걸 표현하지 않으면 안될것만 같아서요.

그래서 마음속에는 눈물이 가득한데 웃음보가 터지면 어쩌죠?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가장 가까운 물건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식으로 감정을 표출해야 된다면 어쩌죠?

중요한 것은 몸에 쌓인 감정의 짐을 아주 작게 줄여서 더 이상 품지 못하도록 떨쳐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아줌마는 '티토가 왜 저러지?'라고 의아해 하곘죠?

'내가 보낸 꽃에는 관심이 없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거나,물건을 만지거나,가방을 여닫기만 하쟎아'라고

그리고 아줌마는 화를 낼지 말지 고민할 거예요.

그리고 아줌마는 티토가 장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궁금해지겠죠.

하지만 티토는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웃음보를 터뜨리는 행동이 자기 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느껴요.또한 그런 자신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에요.

그리고 티토는 아줌마가 두번 다시 장미를 보내지 않을까봐 걱정해요.장미를 보내도 고마워하기는 커녕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생각할 테니까요.틀림없이 티토가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티토는 현실세계로 돌아와야만해'라고 믿겠죠.티토는 마음을 뚫고 나오려던 감사의 느낌은 어떻게 된 걸까요?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감각과 감정을 고갈시켜요.

'어떻게 느끼는지도 모르는 감정이 무슨 소용이람?'그러면 마음은 또 다른 '사과'를 생각하고 몸은 '바나나'를 한답니다.

                                           티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