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를 보러갔다. 다니엘이 빛과 소리에 민감했었기 때문에 문제행동을 극복케 돕고 싶었다. 1년 전 이었다면 다니엘을 데리고 컴컴한 극장에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다니엘이 상태가 조금 호전이 되었으니 문제행동들을 극복하도록 하나씩 도전해 볼 참이다.(나와 흡사함-1.퍼시픽랜드를 시도,2.비행기 시도등)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서도 다니엘이 컴컴한 소극장에 들어가려고 할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염려와 달리 표를 끊고 극장에 들어가기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것으로도 흡족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다니엘은 극장의 분위기와 천정을 살피느라 분주했다. 연극이 시작되면서 다니엘이 가장 싫어하는 소음과 현란한 사이키 조명이 눈부셨다. 다니엘은 고개를 숙이고 귀를 막았다. 나는 다니엘을 꼭 껴안아 주었다. 다니엘의 두 손을 꼭 잡고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다니엘아 하나도 무섭지 않지. 빨간 색깔이 너무 이쁘지. 조명이 평온해지고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오자 다니엘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배우들을 쳐다보았다. 중간에 사이키 조명이 돌아갈 때면 어김없이 고개를 숙였지만 대체로 고개를 숙인 시간보다 얼굴을 들고 연극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연극을 마치고 나오면서 동생 다혜는 신이 났다. 어린이집에 가서 뮤지컬 본 것을 자랑한단다. 다혜를 보면서 너는 참 오빠를 잘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정상이면 네가 이런 곳에 어떻게 오겠니? 아이들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했다. 아이스크림은 초코와 바닐라 두 종류였다. 동생 다혜가 바닐라를 선택해서 바닐라 아이스크림 2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다니엘이 바닐라를 먹지 않고 초코를 먹겠단다. 아줌마는 기계에서 아이스크림을 이미 빼내었기 때문에 되돌릴 수도 없어 난감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3개를 살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아이가 장애아인데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아이스크림을 바꾸어 주셨다. 장애아를 이해하고 번거로움을 참아준 그 아주머니가 고맙고 또 아이스크림 파는 아줌마 같은 한 사람으로 인해 이 사회 전체가 따뜻하게 보인 하루였다. 한편 아이가 말을 제대로 못한다고 그의 의사를 묻지 않은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가 말을 잘 하지 못해도 자기가 좋아하고 맛있어 하는 기호도는 다 가지고 있다. 우리 아이를 개별적으로 인격적으로 그의 의사와 선택권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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