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등학교에 입학 한 후 두 번 째 맞는 토요일이다. 오늘은 다니엘,다혜,바울이,예은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갔다. 공작이 날개를 활짝 펴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금계는 7가지 찬란한 빛깔을 뽐내었다. 즉석에서 아이들에게 퀴즈대항을 벌였다. 금계가 입고 있는 색깔은? 4명의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색깔을 말했다. 그러면 나는 딩동댕!하고 화답을 해서 아이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준다. 표범의 눈은 무슨색? 하니 다혜가 검정색이라고 하였다. 다니엘은 갈색이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갈색바탕에 검은 눈동자다. 동물의 눈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독수리는 발톱을 어떻게 하고 있지? 물으니 모두 손가락을 날카롭게 곧추 세우고 흉내를 내었다. 다니엘도 따라했다. 원숭이 똥구멍이 튀어 나왔는데 어떤 모양이야? 물으니 다니엘이 두 손을 모으고 가장 모범적으로 흉내를 내었다. 다른 3명은 한가지 동물에 30초이상 머물러 있지 않는데 다니엘은 가자고 할 때까지 끝까지 쳐다 보았다. 이게 웬 감사제목인가? 동물원에 그렇게 자주 데려 왔지만 애써 외면하던 녀석이 아니었던가? 오늘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한가지 흠이라면 첫 번째 동물인 조랑말부터 1번,2번 번호를 매기면서 보는 수학의 집착뿐이었다. 또 3시는 자기 기준으로 쉬는 시간인데 코끼리에게 간다고 하니 고집을 부리며 울었다. 유치원에서 3시는 휴식시간이었나 보다. 그래서 1시30분이 지나면서 10분 단위로 지금 몇시냐고 물었다. 3시에 꼭 쉬어야 하기 때문이었나보다. 사자를 보러 갔는데 사자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실망한 아이들에게 사자가 자는 모습을 흉내내어 보라고 시켰더니 모두들 그 자리에서 훌러덩 누워서 자는 모습을 흉내내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 우스움과 함께 배움이 찾아왔다. 그래! 나이가 먹더라도 아이들의 저 해맑은 웃음과 천진난만함을 내 속에 모셔두어야지. 2시30분에 내가 개별치료하고 있고 논문대상인 아동을 만났다. 12시30약속이었는데 서로가 아이들에게 끌려 다니느라 늦게 만났다. 우리는 비누방울 불기를 했다. 먼저 선생님인 내가 불면 의자에 앉아있던 아동들이 일어나서 방울을 터뜨린다. 먼저 비누방울을 터뜨린 아동이 다음 비누방울을 불 수 있게 했다. 또 비누방울을 불어서 가장 멀리 날리기 대회, 가장 많은 방울을 불기대회등을 했다. 아이들이 흥분이 되어서 게임에 몰입했다. 주위에서 놀던 아기도 허락없이(?) 대회에 동참했다. 다음에는 조를 짜서 귤을 바통으로 삼고 이어 달리기를 했다. 일반아동 2명과 장애아동1명이 각각 조를 이루었다. 일반아동들은 자기 팀이 이기기 위해 장애아동의 손을 붙잡고 함께 달려갔다. 아이들은 그렇게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물찾기를 했는데 보물은 귤이었다. 내가 귤을 숨기면 아이들이 찾도록 했다. 다음에는 교대로 귤을 숨기게 했다. 중간에 장애아이들에게(다니엘포함) 귤을 숨기게 했다. 논문대상아동은 중증자폐아동이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했고 다니엘은 혼자 숨겨보도록 시켰다. 그런데 녀석이 무엇을 숨긴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자에 귤 3개를 나란히 놓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자기가 숨긴 귤을 자기가 찾고자 하였다. 실웃음이 저절로 났다. 자폐아이들은 마음의 장님이라고도 표현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다니엘이 다른 아이들이 자기가 숨긴 것을 찾지 못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이런 훈련을 집에서 자주 하다보면 다른 아이들의 마음에 접촉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까 기대해 본다. 어쨋든 다니엘도 경기 도중에 일반아동들과 경쟁해서 자기 힘으로 몇 번 귤을 찾아내었다. 자기 힘으로 귤을 찾아들고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아빠에게 돌아오는 아들의 의기양양한 모습! 일반아동의 부모들이 어찌 이 쾌감과 쓰릴을 알 수 있으랴! 마라톤의 금메달을 딴 황영조선수의 아버지가 귤 하나 찾아서 돌아오는 아들을 맞이하는 나만큼의 기쁨과 희열을 맛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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