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가는 줄로 알았던 봄 소풍이 4월행사인 것을 미처 몰랐다. 다니엘은 학기 초부터 5월이 되면 소풍을 간다고 노래를 했기 때문에 갑자기 바뀐 스케쥴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제는 오늘 소풍가지 않는다고 떼를 썼다. 5월에 가야 한단다. 그래서 아내가 5월에는 비가 오기 때문에 소풍을 가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비 오는 5월에 갈래? 비 안오는 4월에 갈래? 양자를 택일하라고 했더니 비 안오는 4월을 선택했다. 다니엘이 턱없이 고집을 부릴 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작년 까지만 해도 양자택일법으로 재미를 많이 봤다. 특히 숫자만 나오면 흥분하는 녀석의 약점(?)을 이용해서 1번 무엇, 2번 무엇하면 금새 말려든다. 올해 부터는 녀석도 꾀를 내서 선택 안할래? 하면서 말려들지 않는다. 어제는 오랜만에 양자 택일법을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런데 오늘은 비오는 4월이 되어 버렸다. 어제는 다니엘, 다혜를 데리고 할인점에 갔다. 간식거리를 사고 선생님 대접할 과일을 샀다. 그리고 나도 봄T를 하나 샀다. 거기에다 무비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다. 내가 준비하는 논문은 연구대상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비디오 촬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내는 계속 빌려서 사용하라고 했다. 1년동안 계속 찍어야 되는데 어떻게 빌리냐고 하니까 그래도 빌려서 사용하라고 했다. 짠순이 아줌마! 하긴 손 큰 남편과 함께 살려니 아내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왕 사는 것 우리 연구소의 수업장면을 인터넷에 동영상 서비스를 할려면 최신 디지털 무비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내는 무비의 '무'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가장 싼 무비카메라를 사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무비카메라를 이 시점에서 사고 싶었던 것은 다니엘의 소풍때 사용하고 싶어서였다. 소풍때 아이들의 행동을 카메라에 담으면 아이들이 다니엘 주위로 몰려 들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스타'가 되는 것과 '왕따'를 당하는 것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공통분모가 형성되면 그 위에 '스타'가 되느냐? '왕따'를 당하느냐는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고 본다. 나는 우리 아들의 '스타 만들기'에 매니저가 되기로 작정했다. Star가 뭐 특별한 건가? 카메라가 따라 다니며 취재하면 그는 스타가 되는 것이다. 나는 오늘 출발부터 우리 아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무비카메라로 다니엘의 행동 하나 하나를 담으니까 자연히 아이들이 다니엘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다니엘을 찍고 있으니까 비켜 주자고 했다. 나는 모여서 같이 찍어도 된다고 하니까 다니엘을 둘러싸서 V자를 그리느라 난리법석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의 스타는 아이들이 몰려들자 귀찮은 듯 도망을 쳤다. 전형적인 스타의 기질(?)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팬(?)들이 스타를 잡으러 우르르 몰려갔다.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버스가 도착하자 아이들이 탔다. 부모들은 앉을 자리도 없었다. 아이들도 비좁게 겨우 타야 했다. 나도 버스에 오르지 못했다. 학교측에서 부모님들이 동반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바람 난 아빠의 바지가랑이를 누가 붙잡을쏘냐? 나는 내 차로 뒤쫓아 갔다. 견학장소는 희귀동물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냉천 자연 랜드'였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각급 학교에서 견학 나온 학생들로도 북새통을 이루었다. 주최측에서 학생들의 가방을 한 쪽에 풀어 놓고 다시 모이라고 했다. 그러면 그 가방을 누가 지킬 것인가? 뚱뚱하고 무섭게 생긴 여 선생님이 내게로 다가왔다. "오늘 참 잘 오셨습니다. 가방을 좀 지켜주세요." 뜨아-악! 나는 오늘 소풍 온다고 혼자 들떠서 새 옷도 샀는데...나도 이런 곳에 오면 잘 놀 수 있는데... 나는 속마음을 숨긴 채 "그럼요! 제가 해야죠. 오늘 참 잘 왔네요." 그렇게 아이들은 그 많은 가방을 내게 다 맡기고 가 버렸다. 그것도 한 자리에 모아 놓지도 않고 여기 저기 반별로 옹기종기. 넓은 영역을 지켜야 하는데 주위에는 중학생 남녀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어서 여간 신경 쓰이지가 않았다. 모든 가방들이 내 시야에 다 들어오도록 높은 바위에 올라갔다. 나는 바위에 올라앉은 한 마리 쉐파트 개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비마저 얄궂게 내려서 나의 소풍을 스산하게 했다. 아! 멀고도 험한 바지바람의 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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