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시골에서는 돼지를 두 마리나 잡았다. 다니엘을 데리고 시골로 갔다. 도착하니 큰 돼지 한 마리는 이미 잡았고 한 마리는 묶여 있었다. 다니엘은 묶인 돼지가 불쌍하게 보이는 가 보다. 자형들(첫째는 식육점을 경영하고 셋째는 횟집경영)은 익숙한 칼솜씨로 돼지를 요리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돼지를 자르면 안된단다. 마당에 불을 피우고 돼지를 삶는데 녀석이 물을 한바가지 퍼서 아궁이의 불을 꺼 버렸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것일까? 교회에서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다니엘은 식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고집을 피운다. 우선은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고 다음은 비디오 라이트가 신경이 거스리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문제를 극복하도록 돕기 위해 나는 결혼식이 있을 때 마다 놓치지 않고 다니엘을 참석시킨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녀석은 식장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자기가 잘 아는 삼촌의 결혼식이어서 그런지 녀석도 참석해 주었다. 비디오는 내가 직접 촬영했는데 별 거부감이 없었다. 다니엘에게 비디오를 들이 대며 '삼촌 축하합니다.' 하라고 하니 녀석이 시키는 대로 했다. 저녁에는 지난 소풍때부터 삼촌의 결혼식까지 촬영한 비디오를 TV에 연결해서 같이 보았다. 소풍가서 녀석이 어디론가 혼자 도망다니는 모습을 따라 가며 몰래 카메라처럼 촬영했다. 비디오에 나오는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며 저렇게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잘 하는 일이냐? 고 물으니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혼자 돌아 다닐 때는 자기 세계에 도취되어 자기 행동을 판단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자기의 모습을 적나라 하게 보여 주니 녀석도 신기한 가 보다. 특수교육학과 대학원 논문을 보면 행동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자기의 일탈행동을 촬영한 모습을 보여 주며 그 아동을 치료교육하는 내용이 더러 있다. 앞으로 비디오도 구입했으니 야외에 나갈 때 마다 녀석의 일탈행동을 빠짐없이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인 위치에서 살펴 보도록 도와야겠다. 녀석이 엉뚱한 짓을 할 때마다 카메라 고발(?)을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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