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를 둔 가정은 365일이 어린이 날이다. 부모님들이 모두 아이를 생활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마다 어린이 날이 되면 우리 가정은 조금 다르게 보낸다. 평소에 자주 나오지 못하시는 일반아동의 부모들도 이 날만은 놀이공원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고역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 날은 조용히 쉰다. 아니 이 날은 오히려 어른의 날이다. 작년에는 어린이 날에 교회의 몇 가정과 어울려 볼링을 치러 갔다. 어린이들은 돌아 나오는 볼링 공을 닦아야 한다. 그것도 서로 닦으려고 싸우면서. 오늘은 하양에 있는 대구대학교에 갔다. 캠퍼스는 아주 한적했다. 함께 간 교회 식구들은 짐을 풀기가 무섭게 강의실의 의자를 한쪽으로 치우고 물풍선 배구경기를 시작했다. 풍선안에 물을 조금 넣으면 적당한 무게가 되어서 실내배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나는 다니엘을 데리고 다니며 항상 어떻게 하면 아이와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까를 생각한다. 때문에 나의 머리속은 게임천국이다. 어른들이 처음 하는 물풍선 배구에 매료되어 낄낄 거리며 노는 사이 아내는 5명의 아기들을 데리고 다녔다. 아내는 평일에 환자를 돌보느라 항상 피곤한데 이런 날은 푹 쉬고 싶어한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잘 놀 수 있게 다니엘을 포함한 5명의 아이들을 돌본다. 내가 아내를 존경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아내를 자랑하면 팔불출이라 했는데 나는 개의치 않는다. 열심히 놀다가 점심을 먹으러 전체적인 이동을 하는 사이 다니엘을 또 잃어 버렸다. 한참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휴일이라 강의동의 현관문이 대개 잠겨 있어서 찾으러 다니는 나 자신도 빠져 나오지 못해 미로를 헤맸다. 얼마 후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여학생이 다니엘을 데리고 있다고 했다. 녀석이 길을 잃자 여학생에게 "엄마, 아빠 찾아 주세요" 했단다. 여학생이 전화번호를 물으니 대답을 했다고 한다. 휴대폰 전화번호가 긴데도 녀석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수학의 사나이 석다니엘! 앞으로 미아가 될 염려는 없을 것 같다. 오늘은 녀석을 다 키웠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자랑스러웠다. 휴대전화를 016에서 011로 바꾸고자 했는데 영구번호로 간직해야겠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우리는 또다시 야외에서 물풍선 수류탄을 만들어 적진을 공격하는 게임을 했다. 이 풍선은 입심으로 부는 것이 아니고 수돗물의 힘에 밀려서 불리는 풍선인데 눈뭉치를 만들 듯 풍선안을 물로 빵빵하게 채운 수류탄이다. 우리는 물세례를 받으며 시원하게 노는 사이 아이들은 땡볕에 그을려 발갛게 되었다. 오늘은 어른들이 어린이가 된 날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니엘에게 물었다. "다니엘아! 오늘 재미있었니?" 녀석이 재미있었단다. 어른들이 유치하게 노는 모습이 재미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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