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도에 사는 평범하게 아니 약간은 타의에 의해 비범하게 사는 두 아이의 엄마 신 혜수라고 합니다.
‘이경규가 간다’‘양심 냉장고’‘느낌표’‘칭찬합시다’‘단비’‘나는 가수다’등등 2011년 한국사람의 정서적 발달에 그리고 사회적인 양심에 호소해 주신 여러프로그램에 경의를 먼저 표합니다.
저는 자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너무 뜬금없지요?
실은 이전 모 방송국에서 신동엽씨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자폐청년 김진호군이 나와서 자폐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어 주어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이해도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해주어 우리 아들을 키우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터라 TV매체의 힘에 대해 늘 생각해 오던 차에 아이돌이 모든 채널을 석권하며 정말 노래다운 노래를 접할 기회를 상실했던 우리들에게 또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 비쥬얼과 인기라는 큰 벽에 막혀 실력을 드러내지 못 하셨던 많은 훌륭한 가수들에게 희망이라는 큰 선물을 또 한번 안겨주시는 쌀집아저씨 김 영희 피디님께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계셔서 어쩌면 정말 우리 나라에 지금 돌아보지 않으면 안될 큰 과제를 혹여 잊으실까봐 정말 조심히 편지를 올립니다.
위에서 저의 아들에 대해 언급했습니다만 지금 제가 피력하고자 하는 얘기는 단지 장애를 가진 아이들만의 얘기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 어쩌면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들까지도 아우르는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둘째 아이는 두 달여 쯤 한 초등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가 발로 차며 “장애인 새끼 저리 꺼져”라는 폭언을 듣고 다시 이틀 뒤 그 아이가 선생님이 있는 상황하에서 우리 아이를 몰래 발로 걷어차는 모습을 보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만 했던 경험을 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부자유로 인해 많은 차별적인 언어와 처우를 받아 왔던터라 이 정도쯤이야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우리 아이를 발로 찼던 아이의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너무나 윤택한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도벽으로 부모를 힘들게 하고 자기보다 못한 이들을 힘으로 누르려고 했던 이 아이의 모습은 과연 이 아이에게만 국한된 것일까를 생각하니 몸서리쳐질 정도로 이 한국사회가 가진 우리 어린 아이들의 문제가 골이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교육의 부재, 사교육의 폐혜,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 교권의 붕괴, ...골칫덩어리...
지금 우리는 이런 학교에 우리의 귀한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겁니다. 1학년부터 100점을 받아야 하는 사회, 특목고도 아니고 특목중을 가기 위해 흙밭을 밟아야 할 아이들의 발이 차가운 콘크리트 학원 바닥에서 공허히 맴돌아야 하는 사회, 손에 잡히면 손에 잡히는 대로 읽던 책들이 이제는 철저한 권장도서라는 틀 안에서 독서 인증제라는 평가도구 속에서 읽고 싶어서 읽는 책이 아니라 읽어야 대학을 가므로 읽어야 하는 책이 되어 버린 작금의 상황이
자꾸 정상이었던 우리 순수한 아이들의 영혼을 자꾸 썩게 만드는 것 같아 이런 아이들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미래에 이 땅에 살게 될 우리 두 아이를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자유를 추구하는 드라마에선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없는 낯 뜨거운 장면들이 여과없이 나오고 예능이라는 곳에서는 욕설이나 선정적인 것이 흥행수표인 마냥 활개를 치는 지금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할 뿐입니다.
우리와 같이 장애를 가진 부모들은 이야기 합니다. 장애인식개선을 해야한다고...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비타민을 먼저 주어야 합니다.
‘특목중=사회적인 성공’이 아니라고 ‘돈이 많은 것=행복’이 아니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무거운 문제들이 자꾸 ‘000스페셜’ 내지 ‘ebs방송’에서만 다뤄질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많이 접하는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 나와줘야 하며 ‘문제제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김영희 피디님에 의해 한동안 사람들이 선할 수 밖에 없었던 ‘칭찬합시다’ 라든지 ‘차선을 지키고 신호를 지키는 것이 양심입니다’ 라든지 이런 메시지를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의 부재? 일본의 아키타현의 공교육만 받아도 전국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된 이야기라든지 , 사교육의 폐혜? 선행학습으로 인한 공교육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부적합한 행동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던지,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 3개월이상의 관찰 영상을 통해 과연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의 상에 대해 고민을 하게끔 유도해 본다던지, 교권의 붕괴? 자신조차도 교권에 대한 확신이 없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휘둘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 한 교실 두명의 선생님( 담임 선생님 과 보조 선생님) 체제를 두어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도 주관적인 오류를 범하기 이전에 서로 상의를 하여 현명한 방법으로 모색을 해 본다던지, 학습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보조 선생님들이 반을 순회하며 가르쳐 준다던지, 젊은 선생님이 담임이신 곳이면 연세가 있으신 보조교사를 투입해 선생님조차도 알지 못했던 삶의 지혜로 문제를 해결해 본다던지, 이것도 저것도 문제야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방향 모색에 예능도 한 몫을 한다면 분명 아이들은 자기와 같은 시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질감에서부터 다른 딱딱한 교양프로그램에서 공감대를 형성 못했던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을 자기가 접한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장애인식’이라는 낯선 단어로 조금 다른 아이들을 설명하지 않아도 자기와 동 시대를 살아가는 동무로 생각해 줄거라고 믿으며 그리고 처지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동정심으로 다가가기 보다는 애정으로 다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모 동사무소에는 이달의 칭찬사원이라는 푯말이 붙어있습니다.
김영희피디님 당신은 이 사회를 분명 조금씩 양심을 알고 따뜻해 지도록 노력하셨고 최소한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안 와도 빨간 불이면 양심에 찔리며 지나가게 만드신 장본인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 다음 한국을 짊어지고 갈 이 아이들의 마음에 동료애와 가족애와 존경과 배려라는 크나큰 마음을 다시금 불러 일으켜 주세요.
유태인이 가능하다면 독일이나 핀란드가 가능했다면 한국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김 영희피디님 더 크시고 중요한 일로 바쁘신 줄은 알지만 정말 우리 아이들의 곪은 가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고 이제까지 예능피디임에도 불구 사회의 여러조각에서 작은 별들을 밝혀 주신 그 능력으로 이번에는 우리 어린아이들과 장애의 끝이라고 하는 자폐아동들을 위해서 고심을 해 주시면 너무나 고맙겠습니다.
이 편지가 피디님 손에 가게 될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대한민국에서 아픈 아이와 아플 것 같아 가슴이 아픈 두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시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두서 없는 글이었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2012.09.02. 신 혜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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