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페관련/자폐 관련 자료

엄마가 지켜줄께(자폐아를 IQ185의 천재 시인으로 이끌어낸 엄마의 기록)-3

명탁이 어멍 2010. 4. 8. 12:54

나의 기억

 

기억은 고리를 만들어줘요. 잉크보다도 새카만 표시,

그리고 기억은 완전하게 해줘요. 내가 숨어 살던 시절의 이야기

 

내삶의 기억은 12년이에요.나는 열두살,1988년7월30일에 태어났죠.

훗날 자폐아가 되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 줄 알았을까요?

내 기억에게 자꾸만 물어봐요.하지만 내 기억은 늘 벙어리예요.

그래서 가족사진을 들춰보면 태어난 지 나흘 된 얼굴이 나를 멍하니 바라볼 뿐,

미래의 일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도 주지 않아요.나의 아침은 하루를 보여주지 않았어요.

 

내 기억이 커다란 어둠속에서 작은 그늘을 찾는 동안,내 안에서 나오는 비명과 사뭇 다른 엄마의 노랫소리가 나를 진정시켜줘요.

기억속의 나는 노랫가락과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서서히 진정돼요.

모든 가락과 모든 노랫말이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와 일치한다는 걸 '마음으로'알았거든요.

 

나는 같은 가락과 같은 노랫말이 계속 되풀이 되길 원했고,몇번을 다시 불러도 지겹지 않았어요.

엄마의 무릎이 그늘을 밀어내고 엄마의 노랫말이 나머지 세상을 밀어내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는 귀를 활짝 열고 정신을 바짝 차릴 때만 존재했어요.주변에 소리가 넘쳐흐르고 노랫가락과 노랫말이 가득할 때.....

----

나는 몸이 뭔지 몰랐어요.그래서 신경도 쓰지 않았죠.그리고 몸을 느끼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어요.내 손은 물건을 집어던지는 도구일 뿐이었죠.지금은 몸에 쌓인 기운을 내 보내려고 손을 떨지만 그 당시에는 내 그림자의 연장일 뿐이었죠.그 그림자를 완전하게 만들려고 팔을 뻗었던 기억이 나요.

 

내 몸은 거울에 비친 모습일 뿐이었어요.거울 앞에 서면 그 모습이 나라는 기억이 났어요.엄마가 가족사진첩에 실린 얼굴들을 보여주면서 누군지 말해보라고 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짚으며 자주 보았던 내 사진과 닮았거든요.그래서 내 얼굴을 가리켜야 할 때 거울 속의 모습과 닮은 얼굴을 짚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

소마는 티토에게 달력을 보지 말라고 타이른게 아니라 그걸 이용해 아들의 관심을 끌기로 마음먹었다.문득 영감이 떠오른 소마는 티토에게 정답과 오답을 주고 알맞은 숫자를 골라보게 했다.예를 들어 1과3사이에는 어떤 숫자가 들어가는가?티토는 해냈다.

티토는 숫자를 인식할 줄 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그녀는 다음에 올 숫자를 물어보면서 셈을 가르쳤다.그런 식으로 티토는 100까지 숫자를 깨쳤다.티토가 기호의 순서를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마는 숫자에서 간단한 산수로 단계를 높였다.

티토가 숫자의 순서를 터득할 수 있다면 글자순서도 가능하지 않겠는가?결국 티토는 알파벳이라 불리는 기호의 순서를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마는 숫자에서 간단한 산수로 단계를 높였다.

결국 티토는 알파벳이라 불리는 기호의 순서를 손쉽게 터득했고 곧바로 알파벳을 넘어 음절과 단어로까지 발전했다.나는 소마가 알파벳의 소리와 조합을 가르친 방법이 일반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발음법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는 지극히 이상한 행동을 하는 자폐아도 지적능력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마의 가설을 뒷받침해주었다.

처음에 소마의 수업은 10분에서 15분이었다.그녀는 티토에게 짧은 글을 읽어주면서 두 문장마다 질문을 했다.아이가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가르치고 테스트하기"소마는 이점을 강조했다.그 기본은 일련의 정보를 짧게 끊어줌으로써 아이의 관심을 유도하고 지속시키는 것이었다.

"아이의 자기자극을 앞질러야 해요.새로운 자기자극이 되어주는 거죠."소마가 나한테 조언했다.

나는 그녀의 충고를 자폐아의 감각이 환경에 이끌려 잘못된 자극으로 치달으면 그러한 관심을 돌려놓기가 매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소마는 글짓기를 가르치려고 '이솝우화'를 활용했다.우선 짧은 이야기 하나를 읽어주면서 몇 문장이 끝날 때마다 티토에게 질문을 했다.

나중에는 단어채워 넣기를 시켰고 이어서 문장채우기까지 시도했다.결국 이야기의 결말에 어던 일이 벌어질지 스스로 생각해서 써 보라고 했다.그리하여 티토는 글짓기를 터득하게 되었다.

흔히 상호교류를 통해 언어를 깨친 다음에 읽고 쓰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하지만 티토의 경우는 그 반대같았다.읽고 쓰는 능력을 얻음으로써 티토의 세계에 보편적 의미와 질서가 생겨 대화를시작할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소마는 처음부터 고전문학과 비소설을 가리지 않고 온겆종류의 책을 티토에게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나는 존이 애들을 재우면서 책을 읽어줄 때 도브가 소란스럽게 방 안을  돌며 딴청을 피우던 생각이 났다.소마는 티토의 행동에도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티토가 대화할 수 있기 전에 어떻게 소마는 티토가 채읽는 소리에 집중한다고 믿었을까?

"절대로 방을 나가지 않았거든요"소마의 대답은 그랬다.소마는 그것을 '귀 기울이기 행동'이라고 불렀다.

------

엄마에게는 은밀한 취미가 있었어요.

혼자 있을 때면 큰 소리로 시를 읊었죠.

가끔은 요리를 하거나 바느질을 할 때도 시를 읊었어요.

어쩌면 엄마 자신,어쩌면 나를 위해 큰소리로 읊었을 거예요.

잘은 모르지만 .

누구한테 시를 읊었냐고 물었더니 엄마도 잘 모르겠데요.

비록 말은 못했지만 시어의 운율과 배치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그것들을 가지고 속으로 말놀이를 해 보았어요.

그 단어들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해서 나름대로 비슷한 글을 지었어요.

하지만 내가 그 단어들로 시를 짓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엄마는 읊어대던 글이 시라는 것조차 몰랐으니까요.

엄마는 내가 귀를 기울이면서 다시 읊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나한테 그 시들은 엄마가 부르던 노래의 연장일 뿐이었어요.

                                                      by 티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