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이다. 이번 한 주 학교생활에 적응해 준 아들에게 감사한다. 다니엘은 입학식날부터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몸이 좋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텐데 감기까지 걸렸으니 오죽 힘이 들었겠는가? 그동안 지켜보는 아빠는 애간장이 다 녹았다.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지금 몇시야? 하고 묻는 아들이 여간 안스럽지가 않았다. 자기 몸이 힘들다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아들은 군기(?)가 바짝 들어서 열이 펄펄 나도 아침이면 옷을 입고 학교에 갔다. 그것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신기한 것은 다니엘이 작년에 유치원에서 적응하는 것보다 학교에 훨씬 더 잘 적응한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유치원에 갈 때는 문앞에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서 여간 수고스럽지가 않았다. 또 수시로 유치원 안갈래! 하고 데모를 해서 설득하느라 힘들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라는 산이 내게는 너무나 큰 태산으로 보였었다. 그런데 현재까지 물론 아직 1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니엘이 초등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치원 환경이 자폐성 아동에게는 더 감당하기 힘든 환경인 것 같다. 다니엘이 다닌 계명 유치원은 학교 교실크기의 최소한 1.5배는 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한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자기 자리가 고정이 되어 있어서 교실에 들어가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없다. 사람과 부대끼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case by case겠지만. 다니엘이 넓은 유치원과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연단이 되어서 비교적 아담하고 차분한 아이들이 있는 학교 환경이 더 견디기 쉬운 모양이다. 어쨋든 수고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차원에서 어린이회관에 데려갔다. 옆짝인 바울이와 바울이 동생 예은이, 다니엘,다혜 4명이 함께 갔다. 바울이 어머니는 나 혼자서 아이 4명을 데리고 간다고 하니 놀라신다. 4명이 아니라 내 차에 탈 수 있는 인원까지는 혼자 감당이 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없어져도 나는 찾으러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목자가 수백마리의 양떼를 키울 때는 양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양이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으면 절대로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도 아이들이 몇 번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나는 개의치 않고 열심히 김밥을 먹었다. 내가 김밥을 다 먹을 즈음에 아이들이 돌아왔다. 오늘 하루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나도 신나는 하루였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났다. 솔직히 지난 한 주 녀석들보다 더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나다. 나는 사격장에서 아이들이 요구하는 표적을 맞추었다. 줄을 타고 올라가는 인디언을 명중시켜서 떨어뜨렸다. 아가씨를 쏘니 치마가 뒤집혔다. 아이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았다. 그러나 어른인 나에게는 색다름이 있었다(웬 밝힘!). 나는 군시절 KGB(?)요원이었다. 사격을 하면 어쩌면 그렇게 용하게 과녁을 피해갔다. 심지어 표적지 종이조차 꿰뚫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그런데 이 날은 15발중 13발을 명중시켰다. 꼬마기차를 타면서 작은 터널을 지날 때 나 혼자 흥분해서 야!하고 외쳤다. 약간의 해방감이 밀려왔다. 집에 돌아오자 바울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많이 고무되어 있었다. 자기 자식을 야외로 자주 데려 나가지 못했는데 내가 대신 데려 나가주니 고마울 수 밖에.. 아무튼 우리 아이들까지 4명을 평일에 돌보느라 애쓰는 바울이 어머니의 수고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매주 토요일은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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